남자들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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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2-11-26 17:30 조회1,40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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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수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 한 조각 어디론가 천천히 흘러가고, 시골 들녘의 누런 벼들은 어제보다 조금 더 고개를 숙인 채 지나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고추잠자리 한 마리 아까부터‘여기는 내구역이다!’라는 듯
누런 벼 위를 천천히 왔다갔다 저공비행하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늦지 않게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와!”하며 먼저 온 친구들이 반겨주었다. “요즘 환절기에 날씨도 고르지 않은 것 같은데
잘들 살았는가?” “잘 살았으니 여기 이렇게 앉아있지 못 살았으면 여기 오기나 했겠는가?” “하긴 자네 말이 맞네!
그런데 영철이 이 친구는 왜 이렇게 안와? 혹시 모임 날짜를 잊어버렸을까?” “아니 아까 낮에 만났을 때‘저녁에 식당에서 만나자!’
하던데!”하는 순간 ‘띠로링~~~’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응! 아직까지 안 오고 무엇하고 있어? 뭐라고? 주차장에 친구들 차가
안 보인다고? 이 사람아! 오늘은 토요일인데 광주 사는 친구라면 모를까 모두 집에서 운동 삼아 천천히 걸어 나오지
누가 차를 가져오겠는가? 전화 끊고 빨리 들어와!”하더니 “이 사람도 가끔 엉뚱한 데가 있어!”하는 순간 “모두들 잘 살았는가?
오늘 나는 주차장에 친구들 차가 안보여 혹시 식당을 잘못 알았는가? 괜한 생각을 했네!”하며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요즘 자네는 무엇 하며 지내고 있는가?” “나는 산에 다니고 있어!”
“그러면 최근에 어느 산에 다녀왔는데?” “지난주에 경남 합천에 있는 가야산에 다녀왔는데 산이 굉장히 웅장하고 멋진 산 같은데
그날 하필 짙은 안개 때문에 통 앞이 보이지 않더라고 그래도 다행스럽게 비는 내리지 않아 정상까지 다녀왔는데 산 주위나 아래쪽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정말 안타깝더라고.” “그러면 해발 몇 미터나 되던가?” “산 정상이 상왕봉 같은데 해발 1,430m으로 되어 있더라고,
그런데 거기서 2백 미터쯤 더 가면 칠불봉(七佛峯)이 나오는데 그 봉은 해발 1,433m로 상왕봉 보다 3m가 더 높은데
어느 봉이 정상인지 헷갈리더라고.” “그러면 인터넷에 조회를 해보지 그랬든가?” “조회를 해 봤더니 산에 대한 설명만 늘어놓았지
정확히 어디라는 이야기가 없더라고, 그래도 어찌되었던 가야산에 다녀온 것은 확실하니 그걸로 만족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자네는 요즘 통 안보이던데 어디 다녀왔든가?” “나는 우리 손녀가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손자 봐주러 순천에 다녀왔네.”
“손녀 어디가 아팠는데?” “병원에서는 장염(腸炎)이라고 그러는데 낮에는 잘 놀고 그러는데 이상하게 밤만 되면 잠을 못자고
울고 보채서 병원에 데려갔더니 ‘며칠 입원해야 할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며느리는 손녀 때문에 병원에 묶여 있어야 되고
아들은 직장에 출근해야하니‘집에서 손자를 봐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내려갔거든. 그런데 손자 녀석도 ‘콜록! 콜록!’
기침하는 바람에 어린이 집도 보낼 수 없어 한 며칠 아들집에서 같이 있었는데 그게 보통 힘 드는 게 아니더라고.”
“특히 어떤 일이 제일 힘들던가?” “애는 자꾸 밖에 나가자고 야단인데 기침하는 아이를 밖에 데리고 나갈 수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은근히 아들 눈치가 보여 안 되겠더라고, 그러다보니 며칠 동안 방안에 갇혀 사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방안에만 있었다면 정말 고생이 많았겠네. 하여튼 우리가 무슨 일을 하던 재미가 있으나 없으나 우리 아프지만 말고 건강하게 살아가세!”
제가 살고있는 전남 보성 관주산의 단풍입니다. (2022년 11월 13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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