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회

정우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문인 광장

병원 화장실에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1-07-10 15:22 조회3,196회 댓글2건

본문


병원 화장실에서

 

아침 7시 반경 세수를 하려고 광주의 대학병원 병동(病棟) 화장실로 들어서자 청소하는 아주머니께서 얼룩진 바

닥을 부지런히 닦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런데 바닥에 무엇이 그렇게 많이 묻었답니까?” “어젯밤 누가 화장실에

 

(便)을 보았는데 변기에 앉지 못하고 바닥에다 본 모양인데 나오면서 그걸 밟았는지 여기저기 묻어 있네요.”

  아니 누가 대변을 변기에 앉아 보지 않고 바닥에다 본답니까? 혹시 아주머니 골려주려고 심술부린 것 아닐까

?”

 

심술부리는 것은 아니고 여기는 밤이면 보호자 없이 환자들만 계시니까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화장

실에 오시면

링거 줄이라든가 그런 것 때문에 변기에 앉을 수 없는 경우도 있어 할 수 없이 바닥에 변을 보는 경우가 있거든

.”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지요? 그 사람을 찾아 혼내 줄 수도 없는데.” “괜찮아요. 어서 빨리 그

분이 완쾌되어

퇴원하기를 빌어야지요.” “그러면 아주머니께서 출근은 몇 시에 하세요?” “아침 7시까지 하거든요.” “그러

면 집에서

 

5시에는 일어나셔야겠네요.” “그래야지요. 그래도 이렇게 직장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

러면 여기서

일하기 전에는 무엇을 하셨는데요?” “그냥 여기저기 공사 현장에도 다녀보고 식당에서 일도 해보고 그랬는데

 그래도

 

여기만 못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여기는 안정된 직장인데 공사 현장이나 식당하고 같겠어요?” “그러니까요.

  제가 병실에 청소를 하면 할머니들께서집이는 절머서 이라고 일도 하고 그랑께 참말로 좋것소!’하시더라고

.”

 

그렇지요. 아침 일찍 출근하려면 아무래도 부담은 가겠지만 이렇게 안정된 직장에서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좋

은 일입니까?”

그런데 이렇게 젊어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고생해서 돈을 벌어 놓으면 나중에 늙어서 병원에다 모두 갖다 바치

는 것 같더라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제가 병실(病室)청소를 하면서 보니 여기에 입원하신 환자들 대부분이 젊은 사

람은 별로 없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의 선배님 말씀이시골에 사

는 노인들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데 봄이면 논 밭 갈고 비료주어 씨앗을 파종하고, 여름이면 물꼬도 보고 병해충이 없도록

 관리를 잘해서,

가을이 되면 수확하여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면, 겨울에는 병원이나 약국에 모두 바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

도 어쩌겠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아프지 않고 살면 다행인데 그나마 돈도 없는 사람들은 어쩌겠어요? 병원비는 외상도 해주지 않

는다는데요.”

그래서 나도 나중에 늙어 자꾸 병원에 입원이나 하면 어떻게 할까? 지금부터 걱정이네요.” “혹시 누가늙으

면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고 알려주던가요?” “아니 누가 그런 것은 아닌데 괜스레 걱정이 돼서요.” “그런데 그런 일

앞으로 20년 뒤에 벌어질지 아니면 30년 뒤에 벌어질지 또 영원히 벌어지지 않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 왜 지

금부터

 

그런 걱정하세요?”하는 순간 건너편 샤워 실에서 복도로 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이자 노크를 하면서 문을 열자

 영감님 한분이

바로 문 앞에서 샤워기를 한손으로 잡고 발을 씻고 있었다. “어르신! 발을 씻으려면 안쪽으로 들어가서하세요!

  

바로 문 앞에서 하시니 물이 복도로 다 흘러나와 여기가 홍수가 날 지경이에요.” “그래요? 알았어요.”하며 안

쪽으로 들어가는

영감님을 보면서 얼굴에는 여전히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화장실 바닥에 변을 보아도 샤워 실에서 물

이 흘러내려도

 

짜증을 내지 않고 자신의 일에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그 아주머니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본다.

 

79168cf0cf0a7f82f015fdce6fbababf_1625898069_93.jpg

누구네 집 정원 한쪽에 가만히 매달려 있는 명자나무 열매입니다. 

 

 

 

 

 

 

 

 

댓글목록

서충렬님의 댓글

서충렬 작성일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류상진님의 댓글

류상진 댓글의 댓글 작성일

고운 흔적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