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나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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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0-12-05 14:38 조회3,161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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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나이에!
오랜만에 선배 두 분과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데 선배 한분께서 말문을 열었다. “어제 내가 우리
집사람과 저녁밥을 먹으면서
가만 생각해보니‘애기 엄마가 없으면 나 혼자서는 못살 것 같다!’는 마음이 들더라고. 그래서 집 사람
에게
‘여보! 나는 당신이 업으문 죽을 것 같은디 으짜까?’ 그랬드니 ‘으째 갑자기 죽을 것을 꺽정하
요?’글드라고.”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 내가 밥을 할 줄 안다거나, 또 김치를 담글 줄 안다거나, 아니면
찌개를 끓일 줄 안다거나,
하다못해 빨래 한 가지도 다 당신이 해 주는 것 만 먹고 쓰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이 없으면 나
혼자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하니 기가 막혀서 그런다. 고 했더니 ‘그러면 지금부터 빨래하는 법, 밥하는 법, 김치 담는 것을
배우면 되지 뭐 하러
그런 것을 가지고 걱정을 해요?’ 하더라고.”하자 옆의 선배께서 “그러면 자네는 옛날 학교 다니면서
자취도 안 해봤는가?”
물었다. “나는 고등학교까지 집에서만 다녔지 도시로 나가서는 안 다녔거든. 그러다보니 밥은 물론이고
국이나 다른 반찬을
만들어 본 적이 없어.” “그런가? 그런데 밥은 전기밥솥에 쌀을 씻어 물만 부어 시간만 맞추어 놓으면
저절로 되는 것이고,
또 요즘은 마트에 가면 국거리, 반찬거리, 찌개 등 모든 것이 잘 구비되어 마음에 드는 것을 구입해서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반찬이 되니 그런 것 가지고는 걱정하지 말게!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몇 년
전에 우리 갑계(甲契)
맺은 것이 있는데 처음에는 수가 모두 17명이었거든, 그런데 지난 모임에 보니 14명이야 그래서‘왜 사
람 수가 적을까?”생각해보니
벌써 3명이 죽었어!” “그러면 누가 돌아가셨는데요?” “동생 자네도 잘 알거야! 옛날 석공(石工)일도
하고 마을 이장(里長)도
오래했던 친구인데 어느 날 갑자기 혈압에 떨어져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 뒤로 얼마 살지도 못하고 죽었
어!” “그 형님이
그렇게 돌아가셨어요? 저는‘왜 통 안 보이신다!’했는데 돌아가셨군요.” “그때 정말 허망했는데 한 1
년도 못되어 친구 하나가
또 건강이 안 좋아 죽었어!” “그분은 왜 돌아가셨는데요?” “처음에 장사를 했는데‘농사짓는다!’며
시골로 들어 간지
얼마 되지 않아‘간장(肝臟)에 문제가 있어 죽었다!’고 하더라고.” “그러면 그분은 술을 좋아하셨을
까요?” “우리하고는
별로 먹지 않아 술을 좋아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집에서 혼자 그렇게 많이 마셨다고 그러데! 그런데 술
이란 안주를 먹으면서
마시는 게 보통인데 그 사람은 그런 것도 없이 그냥 깡 술을 마셨던 모양이더라고, 그랬으니 간(肝)이
견딜 수가 있었겠는가?”
“그러면 또 한분은 어떻게 돌아가셨나요?” “그 사람은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너무나 허망하더라고! 죽
기 전날 나하고 술 한잔하면서
‘어이 친구! 우리 건강 잃지 말고 항상 같이 하세!’했는데 갑자기‘교통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
는데 얼마나 허망하던지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한 삼일 동안 목구멍으로 밥이 안 넘어가데!” “정말 몹쓸 일을 많이 당하신
것 같네요.
그러면 앞으로 또 친구들 모임 같은 것을 만드실 생각이세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께서 쓴‘백년
을 살다보니’라는
책에‘보고 싶어도 안 만나는 게 나을 때도 있더라!’라는 구절이 있는데 지금부터는 될 수 있는 대로
모임 같은 것은
만들지 않을 계획이야! 사람이란 다 자신이 갈 날짜와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지금 내 나이에 자꾸 친구
들을 만들어 헤어지는
아픔을 겪는 것 보다는 지금 이대로 만족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제가 살고있는 전남 보성 관주산에는 아직도 잎을 몇 장 달고있는 단풍나무가 있었습니다.
댓글목록
서충렬님의 댓글
서충렬 작성일
잘감하고 갑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