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가 먹는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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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9-05-25 14:37 조회3,29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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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가 먹는 점심
아침에 일어나 창문(窓門)을 열었더니 “오로록~ 옥께~옥!”휘파람 새의 소리가“찍~ 찍~ 찍!” “짹~ 짹~
짹!” “쭉~ 쭉~ 쭉!”
다른 새가 부르는 노랫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답게 들려왔다. 매년 겨울이 끝나갈 때쯤 찾아와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휘파람새인데 금년 봄에도 어김없이 노래를 들려주고 있어 그저 고맙고 신기할 따름이다. 관주산을 천천히 오르
고 있는데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여 열어보았더니 서울에 살고 있는 친구였다. “그래~ 나다! 잘 지내고 있냐?” “나
는 잘 있지~이! 그런데
너는 요즘 무엇하고 지내냐?” “백수가 할 것이나 있겠냐? 그런데 너는 무엇하고 지내는데?” “나는 요즘 새
로 경비(警備) 일을
맡아 근무하고 있다.” “너 작년에 아파트 경비원하다 잘렸다면서 그새 또 취직(就職)을 했단 말이야?” “이
번에 근무하고 있는 곳은
대우도 좋거든! 그래서 아주 좋다야!” “그러면 한 달에 월급(月給)이 얼마나 되는데?” “2백 만 원이야! 지
난번에 근무했던 곳은
백 7십 밖에 안 되는데 여기는 3십 만원이 더 많으니 얼마나 좋으냐? 그래서 신나게 근무하고 있다야!”
“그랬어? 여기 아파트 경비원들은 백만 원도 안 된다는데 거기는 대우가 굉장히 좋은가 보구나.” “니가 살고
있는 곳은
시골이라 그럴 거야.” “야! 그러면 나도 그런 좋은 자리 하나 있으면 소개 좀 해 주라!” “소개하는 것이야
별거 아닌데
그러면 어디서 먹고 자고 할건데?” “엉! 니말을 듣고 보니 또 그게 문제구나! 그러면 근무하는데 애로 사항은
없고?”
“아직은 없는데 내가 여기 오기 전 근무했던 사람이 엉망으로 했던 모양이야! 그래서 여기 관리소장이 나 하고
동갑 쟁이거든,
그런데‘나 끝나고 나갈 때까지 같이 근무하자!’고 하더라고.” “너 전임자(前任者)가 어떻게 근무했는데?”
“지난번 날씨가 아주 추울 때 창문에 물을 뿌리더라는 거야! 그래서 ‘왜 창문에 물을 뿌리냐?’했더
니 ‘창문으로 외풍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렇게 물을 뿌려 놓으면 물이 얼면서 바람이 안 들어올 거 아니냐?’고 하더란다. 그리고 또 요즘은 너
도 알다시피
맞벌이 가정이 많기 때문에 택배가 오면 받아두었다 전해주어야 하는데 그런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월급이
너무 적다!’고
불평만 하다 짤렸다고 하더라. 요즘 세상에 한 달에 2백 만 원이면 적은 돈이냐?” “2백 만 원이면 엄청 큰돈이
지!
그런데 그 돈이 적다고 하면 그 사람은 얼마나 받아야 만족할까? 그리고 창문으로 찬바람이 들어오면 문풍지를
바르든지 해야지
거기에 물을 뿌리면 어떻게 되겠냐?” “그러게 말이야! 그리고 아주 불친절했던 모양이야! 그래서 아침이면 내
가 출근하는 주민들에게
‘오늘도 좋은 하루되시고 잘 다녀오세요!’인사하면 아주 좋아하더라고.” “야! 그럼 좋은 하루되라는데 싫
어 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
그리고 또 무엇이 좋은데?” “점심시간이면 밖에 나가서 먹고 들어오거든 그게 그렇게 좋은 줄 이번에야 알았다
~ 야!”
“밖에 나가서 먹는 점심이 무엇이 그리 좋은데?” “작년에 근무했던 아파트는 아침에 교대하고 자리에 앉으면
순찰 돌아야지,
화단에 풀 뽑아야지, 주위 청소해야지, 또 박스 같은 것 주민들이 가져다 놓으면 정리해야지, 여름에는 나무 잘
라야지,
할 일이 정말 많았거든, 그런데 여기는 아파트가 두 동(棟)밖에 되지 않으니 나무도 별로 없고 그래서 마음이 굉
장히 편하다보니
여유가 생기는 것 같고, 밖에 나가 점심을 먹어봐야 짜장면이나 국밥 한 그릇인데 그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옛날 내가 직장에 다니면서는 몰랐는데 이번에야 진짜로 알게 되어 정말 좋다~야!”
'지나 간 것은 지나 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7080 거리의 벽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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