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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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9-03-09 16:54 조회3,62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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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면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
오늘은 우리민족 고유의 큰 명절 설날이어서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낸 뒤 산소로 향하였다. 그리고 성묘(省墓)를
마친 다음 처갓집으로 향하였다.
“어머니! 금년에는 작년 보다 더 복(福)도 많이 받으시고 건강(健康)하세요.” “자네도 복 마니 받고 건강하
소! 잉!”하시는
올해 88세이신 장모님의 얼굴에 작년 보다 더 많은 주름살이 생긴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집사람이 “먹어보라!”며 깎아 온 과일을 막 한 조각 집어 들었는데“계십니까?”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았더
니
사촌 처남이 빙긋이 웃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어서 오시게! 이모님은 건강하신가?” “예! 건강하신 편이에
요.” “하긴
이모님 나이에 아직 병원을 찾지 않으시니 그 정도면 건강하신 편이지! 자네 설은 잘 쇠었는가?”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처남 소주 한 잔 하시게!”하며 술을 따라 권하자 “아직은 마실 시간이 안 되었는데!”하면
서도 기다렸다는 듯
벌컥 마시더니 “매형! 제가요. 오늘은 화가 나서 집에 안 있고 이리 와버렸어요.”하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기 시작하였다.
“매형도 알다시피 저하고 집사람은 맞벌이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의 큰아들이 있거든요.” “그렇지
지금은 직장에 다니는가?”
“직장에 다니고는 있는데 집 사람도 그렇고 아들도 그렇고 모두 설날 근무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랬
어!” “
그래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런다고 어머니가 계시는데 고향 안 올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다고
자네까지 안 오면 안 되겠지!”
“그래서 다른 때 보다 빨리 저 혼자 왔거든요. 그리고 어머니께 사정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제가 전도 부치고,
고기도 찌고,
어머니 심부름도 하고, 하여튼 저의 집 사람 몫까지 열심히 했거든요.” “그랬으면 잘 했네!” “그리고 나중
에 제수씨(弟嫂氏)가 오셨는데
제가 워낙 열심히 한 탓에 할 일이 없을 정도였거든요.” “그랬으면 정말 잘 했네!” “그런데 오늘 저의 막내
여동생이 오더니 다짜고짜
‘왜 올케를 데리고 오지 않고 엄마만 고생 시키냐?’며 난리를 치는 겁니다. 그 소리를 들으니 어찌나 화가 치
밀던 지요.
정말 성질대로라면 확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더라고요.” 하는 처남 목소리는 굉장히 떨리고 있
었다.
“그러면 자네가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 해 주지 그랬는가?” “그런데 문제는 그런 이야기는 들으려고 하지도 않
고
그저 큰 소리만 지르면 장땡이라는 듯 하니 정초부터 동네방네 우세할 일 있습니까?” “그렇지! 정초부터 집안
에서 큰 소리가 나면 안 되지!
그래서 참았는가?” “그래도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제가 참아야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잘했네!
요즘 그렇지 않아도 매스컴에서 명절 때면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이 많이 방송되고 있지 않던가?
‘너는 올해 시집 또는 장가가야지!’
‘올해 취직해야지!’하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고 하는 이야기에 또 식사 끝나면‘술상 봐와라!’ ‘과
일 깎아 와라!’
남자들은 그저 편안히 앉아서 여자들 고생만 시킨다는 이야기가 많으니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고향에 가지 않
겠다!’는
사람도 많은 것 같더라고 처제도 아마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다보니 한편으로는 ‘엄마만 고생시킨다!’는 생각
이 들어 그랬을 거야.”
“정말 그랬는지 아니면 나에게 무슨 감정이 있어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한 편으로 생각하니 정말 서운하더라고
요.”
“물론 서운했을 거야! 그러나 정초에 또 그런 일이 액땜이 될 수도 있으니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
근 처제에게 이해를 시키게!”
어느새 봄은 우리 곁에 살며시 찾아와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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