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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와 쪽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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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8-02-05 15:02 조회2,2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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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와 쪽파

 

수도요금과 적십자 회비를 납부하려고 우체국 창구에서 순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

고 있는데 누군가 내 등을 살며시 건드리는 것 같아

뒤돌아보았더니 잘 아는 후배(後輩)가 활짝 웃고 있었다.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계셨는가?” “저야 잘 있지요.

 

그런데 형님이 정년퇴직하셨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 뒤로 한 번도 만나지 못해

궁금했는데 오늘 여기서 만나니 정말 반갑네요.”

그러게 말일세! 그런데 오늘은 여기 무슨 일인가?” “공과금 납부하려고 왔어

. 그런데 형님은 퇴직하고 무엇하고 계세요?”

 

그냥 집에서 지내고 있어.” “그러면 심심하지는 않던가요? 다른 사람들은 돈

벌이도 한다던데요.” “처음 퇴직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별 생각 없이 지내다보니 자꾸 잠이나 자게 되고, 또 아무 것도 하기 싫고,

게을러지려고 해서 안 되겠더라고,

 

그래서 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매일 운동을 하면서 주 2회 정도 글을 써서 신문

(新聞社)와 출판사(出版社)에 보내고

또 틈이 나면 집에 조그만 텃밭에서 일도 하고 그러다보니 그렇게 심심한 줄은 모

르겠던데!” “그러면 다행이네요.

 

형님 친구 한 분은 시간이 가지 않는다며 택시 운전을 하고 있던데요.” “그 친구

는 퇴직하고 심심하다며 기원(棋院)에 찾아다니며

바둑도 두고 화투도 쳤던 모양이야, 그런데 내기 바둑하고 화투를 치다보니 돈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니까이래서는 안 되겠다.’

 

택시 운전을 한다고 그러데! 그런데 자네는 요즘 재미가 어떤가?” “농사짓는데

무슨 재미가 있고 그러겠어요? 그래도 작년과 재작년에는

감자와 쪽파 가격이 괜찮았는데 금년에는 감자도 그러고 쪽파도 가격이 워낙 낮게

나오다보니 힘을 못 쓰겠더라고요.”

 

그랬어? 하긴 금년 봄에 워낙 가물다보니 감자 수확이 형편없었다고 그러던데!”

그러니까요.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감자나 쪽파를 그냥 밭에만 심어 놓으면 모든 것이 다 잘 이루어져 수확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어디 그렇습니까?

 

감자는 11월 말이나 12월에 밭에 퇴비를 넣고 로터리를 쳐서 미리 심을 준비를 해

놨다가, 차디찬 겨울 1월 달에 손 호호 불며

종자(種子)를 파종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종자만 파종했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중간에 거름 넣어야지,

 

싹 올라오면 숨구멍 뚫어야지, 가물고 그러면 물 줘야지, 어디 할 일이 한 두 가지

입니까?” “그러게 말일세!”

그런데 금년에는 기온도 그렇지만 워낙 또 날이 가물다보니 수확량이 형편없어

수입이 별로 없었는데 가을에 쪽파 가격도 엉망이어서

 

이래도 정말 농사를 지어야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밭

에 감자나 쪽파를 심지 않으면 무엇을 심을 것인가?”

그러니까요. 마땅한 대체 작물도 없는 상황에서 감자나 쪽파 파종을 안 할 수도

없으니 정말 난감하더라고요.”

 

언젠가 TV에서 인기 연예인 이경규 씨가 한우(韓牛) 농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는데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원래 저의 꿈이 시골에서

동물 키우는 농장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무엇이든 맡겨만 주시면 잘 할 수 있는

자신이 있습니다.’하고 큰 소리를 치더니

 

막상 소의 변()을 치워 밭에 넣는 일을 몇 번하고 나더니 숨을 헐떡이면서시골

에서 농장하는 것이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 생각 없이 에이!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 또는 농장이나 하지! 하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그러나 어쩌겠는가?

 

아무리 힘이 들고 농산물 가격이 싸더라도 내년이 있으니 또 힘을 내서 열심히 노

력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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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몽산에서 바라 본 보성읍 봉산리 설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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