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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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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8-10-20 14:39 조회3,1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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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역습(逆襲)

 

보성읍 신영아파트 사이의 샛길로 접어들었는데 잘 아는 선배가 건너편에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형님!

찍 어디 다녀오세요?”

밭에 잔 댕겨 오니라고!” “이렇게 무더운데 요즘도 밭에서 일을 하시나요?” “으째 할 일이 읍단가? 자네

도 알다시피

 

요새 날이 너머나 가문께 밭에 심거논 고구마나 콩, 참깨 같은 디는 물을 못줘도 호박이나 오이는 째깐씩 줘야 한

 개씩 따 묵으꺼 아닌가?”

그러면 밭에 물주고 오신 거예요?” “아침에 일찌거니 요 바께쓰로 물 한나 떠 갖고 가서 호박에다 주고 그라

고는

 

거그서 꿩이 온가 안 온가 지키다 내로는 중이시! 아이고! 농사도 인자는 심이 들어 못해 묵것네!” “무엇이 그

렇게 힘이 드는데요?”

자네도 알다시피 지난번에 밭에다 고구마를 안 심었는가? 근디 이상하게 누가 뿌랭이 있는디를 자꾸 긁어 파드

란 마시!

 

그란디 아무리 봐도 그것이 사람이 한 짓은 아니 드라고! 자네도 알다시피 고구마가 밑이 들라문 안직은 한참 더

 있어야 되꺼 아닌가?”

그렇지요! 그러면 누가 그랬을까요?” “그래서 긁은 디를 찬찬히 딜여다 본께 달구새끼 발자국이 있는 것 같

드라고!

 

그란디 그것이 우리 밭에 올 수는 읍제~! 안 그란가? 그라고 집이서 키우면 털 날라 댕기고 냄새나고 또 새복

이문 꼬기요~!’소리 질러싼디

자네 같으문 키우것는가? 동네 사람들한테 욕은 다 얻어 묵으꺼인디!” “그러니까요.” “그란디 우추고 본께

 꿩들이 와서

 

그라고 뿌랭이 있는디를 긁어갖고 밑에 째간 생긴 것을 쪼사 묵어 부렇드란 마시!” “그러니까 꿩들이 날아와

 고구마 뿌리 부분을

발로 긁어 이제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것을 부리로 쪼아 먹었단 말씀이세요?” “금메! 그랬단께! 참말로 사람

 환장할 일이세!”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우추고 하기는 우추고 하꺼인가? 새벽에 일찌거니 가서 지키고 있어야제! 그것

들이 그래도 다행스럽게

한 낮에는 안 오드만, 그랑께 아침이문 물 한 바께쓰 떠 갖고 가서 호박이나 오이에 째깐씩 부서주고 꿩이 날라

 오문 쫓아 불고

 

지키고 있다가 내루와서 아침 묵어야제! 안 그래도 지난번에 복숭아나무 안 있든가?” “저에게 따가라고 하신

 복숭아요?”

근디 그것은 깐치 보다 적은 새 안 있는가? 때깐치라 글디야, 뺀치라 글디야, 그것들이 으디서 날라와 갖고 다

 쪼사 놔 부렇드라고.”

 

그래서 저에게 따가지 마라고 하신거예요?” “새들이 다 쪼사부렇는디 그것을 따다 멋 하꺼인가? 묵도 못할

것을 따가라고 하문

무담시 욕이나 얻어묵제! 안 그라것는가?” “하긴 그러겠네요!” “그리고 방울토마토도 몇 개 달린 것을 다

쪼사갖고

 

못 쓰게 맹글어 불고! 쩌그 겸백면(兼白面)에 살는 우리 친구 안 있는가? 그 친구가 즈그 과수원(果樹園)에 갈

때면

항시 대포(大砲) 같은 것을 가지고 다니더라고!” “무슨 대포인데요?” “거 탄알은 읍고 소리만!’하고

 크게 나는

 

기다란 홈통 같이 생긴 것 안 있든가?” “그걸 뭐하려고 가지고 다닐까요?” “그 친구가 사과하고 배를 재배하

고 있는데

수확할 때가 되면 까치들이 날아와 상품성이 좋은 것만 골라 쪼사분다고 그라네!” “까치가 몰려든다고요?”

   

금메! 그랑께 대포 같이 생긴 걸로 자꾸! !’쏘아대문 그때는 또 째깐 조용하다가 또 달라들고! 죽고

 살고 농사지어 놓으면

참새들이 수 백 마리씩 몰려다니며 쪼아 먹고, 꿩은 고구마를 밑도 들기 전에 파헤치고, 까치는 사과나 배를 쪼

,

 

때까치는 자두나 방울토마토 복숭아를 쪼아 놓고, 또 비둘기는 콩이 나오기만 하면 다 쪼아서 망쳐놓고, 인자는

 새 때문에 농사짓기가 정말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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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피어나고 있는 녹차 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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