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보다 더 좋은 운동

매일매일 섭씨 36~7도가 오르내렸던 강렬한 무더위가 지나고 9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하늘이 맑고 청명한 가을

 날씨로 변하자,

시골마을로 길게 이어지는 길가의 논에는 하늘을 바라보며 꼿꼿하게 서있던 벼 이삭들이 언제부턴가 점점 누런빛

을 띠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시찰(視察)이라도

 하는 듯

그 위를 천천히 날아다니며 여기저기를 마구 헤집고 있었다. 전남 보성읍 주봉리 뒤쪽에 있는 관주산 정상에

서“하나! 둘! 셋! 넷!”

기구를 이용하여 이리저리 허리를 돌리면서 운동(運動)을 하고 있는데“형님! 수고하십니다.”소리가 들려 뒤

 돌아보았더니

후배(後輩) 한사람이 빙긋이 웃고 서있었다.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계셨고?” “저야 항시 잘 있

지요.

그런데 형님 암(癌) 수술(手術)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떠세요?” “지금은 괜찮아!” “무슨 수술을

 어떻게 받으셨는데요?”

“신장(腎臟)에 암이 생겨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워낙 빨리 발견했기 때문에 지금은 약도 먹지 않고 아주 좋

아졌어!

그런데 자네 이 시간에 여기는 웬일인가?” “웬일이라니요? 저도 운동하러 왔지요!” “직장은 어떻게 하

고?”

“제가 정년퇴직한지 벌써 9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모르고 계셨어요.” “그랬어?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

네!

그럼 작년 연말에 퇴직(退職)했단 말인가?” “그랬지요. 형님은 자신만 하는 줄 알고 계셨어요?”하며 빙그레

 웃는다.

“그러게 말일세! 나는 나만 나이를 먹어 퇴직하고 자네는 계속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

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나올 사람은 나오고 그래야 또 젊은 사람

들을 채용하고

그래서 신입구출(新入舊出)이 되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네! 그러면 퇴직하고 몸은 어떤가?” “몸이 어

떻다니요?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네요.” “내가 퇴직하고 집에서 할 일 없이 그냥 빈둥빈둥 몇 개월 지내다보니 살만 찌

는지

몸무게가 많이 나가더라고! 그런데 자네는 괜찮던가?” “저도 사람인데 왜 그러지 않겠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 몸무게가 얼마나 더 나가던가?” “그런데 형님도 아시다시피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술도 마

시게 되고

담배도 피우게 되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러다보니 퇴직하기 한 3~4년 전부터 갑자기 몸무게가 약 10kg

 정도 불어나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처음에는 음식 다이어트를

 해 볼까? 생각했거든요.”

“그럼 그렇게 해 봤던가?” “퇴직하고 집에 있으려니 안 그래도 입이 궁금하고 자꾸 음식이 당기는데,

음식을 조절하는 다이어트를 하려니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새벽 5시면 일어나 여기로 운동을 하러 다녔

어요.”

“그런데 아침 5시면 요즘 같으면 상당히 캄캄할 텐데!” “그래도 마음속으로‘운동이 아니면 나는 죽는

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니까

캄캄한지 무서운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면 몸무게는 줄어들던가?” “많이 줄었지요. 그리고 요즘도

 새벽이면 꼭 운동을 하러오거든요.”

“그러면 오늘 아침에도 다녀갔다는 말인가?” “그랬지요. 제가 퇴직 막하고 집에 있는데 처음에는 아무 것도

 손대기가 싫더라고요.

그래서 빈둥빈둥하다 보니 더 게을러지고, 그러더니 나중에는 손 하나 까딱하기도 싫더라고요. 그래서 ‘이래서

는 안 되겠다!’싶어

아침식사 끝나면 무조건 산으로 와서 그런지 지금도 새벽이면 자동으로 눈이 떠지고 또 자꾸 몸을 움직이니 이보

다 더 좋은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전북 정읍시 내장사 단풍 입니다. (2018년 11월 4일 촬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