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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 없는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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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8-11-24 13:54 조회3,0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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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 없는 친구들

 

집사람이()을 삶았으니 먹어보라!’며 내 놓았다. “이건 어디서 가져온 밤이야? 혹시 시장에서 사왔

?”

그게 아니고 아랫집 할아버지가 아까 가져오셨던데!” “그랬어? 작년 이맘때도 가져오셨지?” “작년에는

 오늘보다 더 많이 가져오셨어!

 

근데 올해는 밤들이 벌레가 많이 먹어 조금 밖에 못 가져왔다고 하시더라고.” “밤나무에는 약()도 별로 하지

 않으니 벌레도 많이 먹겠지!

그런데 우리는 자꾸 받기만 하면 미안하니까 조그만 선물이라도 해 드려야 하지 않을까?”하였더니 집 사람은 대

답 대신

 

그런데 왜 자기는 밤 주워올지를 몰라?” “나는 어디로 가야 밤이 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어떻게 밤을

 주워오라는 거야?”

아랫집 할아버지는 요즘 매일 밤을 한 자루씩 주워와 시장에 내다 판다고 하던데 그분을 따라가면 되지 않을

?”

 

어르신이 나에게 줍는 장소를 가르쳐 주겠어? 자신의 용돈과 관계되는 일인데 그러면 한 되에 얼마씩이나 받는

?” “5천 원씩 받는다던데!”

그런데 밤이란 자신의 것을 따거나 줍거나 해야지 괜히 남의 것 손댔다가 도둑으로 몰릴 수가 있어!”

 

땅에 떨어진 걸 주우면 도둑으로 몰린다고?” “글쎄 그런다니까.” “아이고! 괜히 주우러가기 싫으니 핑계

 대는 거지!

누가 밤 몇 개 주웠다고 도둑으로 신고를 해!”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내말을 그렇게 못 믿을까? 그리고

 그게 필요하면

 

시장에 나가 한 두 되 사오면 되지, 그래야 그걸 주워 파는 사람도 수입이 생기니까 고생한 보람도 있을 테고!”

 “아이고~ 말이나 못하면!”하고

집사람의 잔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는데, 나는 잠시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힘

들고 어렵게 살았던

 

1960년대 말 가을 어느 날, 중학교(中學校)에 다니던 나는 동네 친구 2명과 보성읍 우산리 각삼치마을에 살고 있

는 친구에게 놀러 가는데

그날따라 하늘은 맑고 매우 청명해 보였다. 나와 친구들이 우산리 백십자원이라는 고아원(孤兒院)을 지나 계속

걷다

 

우연히 위를 쳐다보았는데 거기에는 도로로 뻗어 나온 밤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는 벌어진 밤송이에서 거짓말을

조금 보태

어른 주먹만큼이나 큰 밤알이 금방이라도 밑으로 떨어질 듯 흔들거리며 나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애들

! 저기 밤 좀 봐라!”하자

 

친구들도 우와~ 정말 크다 근데 저걸 어떻게 따냐?”하는 순간 !’하는 소리가 나더니 밤 서 너 알이 땅으

로 떨어지자

친구들이 재빨리 주웠다. “! 한 개는 나주라!”하자 친구 녀석이 여기에 니껏 내껏이 어디 있냐? 줍는 사

람이 임자지!”하는데

 

혹시 물라 근처의 풀밭을 뒤졌지만 아무리 찾아도 떨어진 밤은 없었다. 그래서 돌멩이를 주워 밤송이를 향해 던

지기 시작했는데

몇 번을 던져도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 큰 돌을 주워 다시 한 번 힘차게 밤송이를 향해 던지

!’하는 소리와 함께

 

밤송이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는데 바로 그 순간네 이놈들! 꼼짝 말고 거기 서!”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친구 둘은

다리야! 날 살려라!’도망을 쳤는데 나는 왜 그랬는지 엉거주춤차렷!’자세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자

 가까이 다가오신 아저씨

 

너는 왜 도망 안가고 거기 서있냐?” “아저씨가 꼼짝 말고 여기 서 있으라고 해서요.”했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 ! !”웃더니

다음부터는 혹시 밤이 보이더라도 돌멩이는 던지지 말거라! 그걸 따는 것도 좋지만 혹시 그 돌을 사람이 맞으

면 어떻게 되겠냐?”하며

 

떨어진 밤을 주워 내손에 쥐어주셨는데 그때 나만 놔두고 의리 없이 도망간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

을까? 갑자기 친구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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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읍 관주산 단풍입니다. (사진은 2018년 11월 6일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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