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안내견 시집보내기

길을 가다 개(犬)를 데리고 가는 선배를 만났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그 동안 잘 지내고 계셨어요?” “나야

항시 잘 있제~ 그란디

자네 건강은 어짠가? 누구 말을 들응께 암 수술이랑 받었다고 글드만!” “몇 년 전에 받았는데 이제 완전히 회

복되어 좋아요.

그런데 무슨 개를 데리고 다니세요?” “응~ 옛날부터 우리집이서 키운디 지금 운동 시킬라고 데꼬 댕기네!”해

서 보았더니

세퍼트처럼 덩치는 큰데 굉장히 온순하게 보이는 하얀 바탕에 누런색이 군데군데 섞여있는 아주 예쁜 개였다.

“요거이 앞 못 보는 맹인(盲人)들 길 안내해주는 안내견(案內犬)이거든, 그래서 덩치는 이렇게 큰데 참말로 순

해!”

“그런데 어떻게 이런 큰개를 키우게 됐는데요? 형님 집에서 키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서울 있

는 우리 큰 아들이

어느 날 집에 오면서 강아지를 데꼬 왔드란 마시! 그람시로 ‘이것이 종자도 좋고 예쁘고 그러니까 집에서 한번

 키워 보세요!’

글드라고 그란디 털이 하에 갖고 뽀야니 참말로 이삐게 생겼드란 마시! 그래서 그때는 이렇게 클 것이라고는 생

각도 안 하고

‘그라문 놔두고 가그라!’해서 키우게 되었는디 갱아지 때는 이삔 짓거리는 다 하드란 마시!” “그런데 형님

 댁에 이렇게

큰 개를 키울만한 공간이 있나요?” “으디가 있으꺼인가? 그랑께 첨에는 그냥 방에서 키웠는디 요것이 점점 등

치가 커진께 안 되것드란 마시!

그래서 할 수 없이 제일 작은 가게 한 칸을 비워주라 해 갖고 거기다 키우고 있는디, 이것이 밖에 나갈 때가 되문

 사람한테‘얼렁 오라!’고

짖고 야단이단 마시! 그라고 변도 그때그때 치워야지 안 그라문 냄새가 난께 그것이 보통 성가신 것 아니 드라고!

또 밥 줄 때가 되문 우추고 귀신 같이 알고 빨리 밥 주라고 짖어 싼께 이웃들한테 솔찬이 미안하드라고!”

“그래서 개는 아무나 키울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암컷 같은데 새끼는 내 보셨어요?”

 “나도 새끼를 내 볼라고 했단 마시

그란디 그것이 영 힘이 들드라고 그래서 요새는 포기해 부렇네!” “아니 왜요? 종자가 좋아서 새끼를 내면 아주

 좋을 것 같은데요.”

“그란디 새끼를 낼라면 이것하고 똑 같은 종류의 개가 있어야 될 것 아닌가? 그란디 그게 쉽게 읍드란 마시!”

“그랬어요? 같은 종자의 개가 그렇게 귀할까요?” “새끼를 낸다면 욕심내는 사람은 많거든 그러니까 분양(分

讓) 같은 것은 걱정이 없는디

문제는 신랑(新郞)감이 문제여! 그래서 누구를 통해서 알아 봤는디‘쩌그 득량면(得糧面) 으디가 똑 같은 개가

있다!’

그래서 화물차까지 대절해서 데꼬 갔드니 주인이‘시간이 좀 필요한께 여그다 한 며칠 놔두고 가씨요!’글드라고

 그래서

놔 두고 왔는디 을마 안 있어서‘개가 밥을 안 묵어 굶어 죽게 생겼다! 얼렁 와서 데꼬가라!’고 전화가 왔드란

 마시

그래서 다시 가서 봤드니 생전 변(便)도 안 치운가 으짠가 더루와서 못 보것고 또 밥도 으디 식당(食堂)에서 짬밥

 걷어다 믹인가 으짠가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드란 마시 그래서 그냥 데꼬와 부렇어!”“그러면 다른 곳은 알아보셨어요?” “알아봤는

디 돈을 너무 많이 주라 글드만!”

“얼마를 달라 그러던가요?” “쩌쪽에 으디가 개 훈련시키는 곳이 있다 그러데 근디 거기서 자기들이 임신(姙

娠)은 확실하게 보장하는데

돈을 5십 만원을 달라 그래!” “그게 그렇게 비싸요?” “그란디 문제는 그돈을 들여 새끼를 내면 나중에 가져

가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부담을 해야하는데 그럴 사람이 없단 말이시, 그런데 내가 내 돈 들여 그짓거리를 하꺼인가? 차라리

 안하고 말어야제!” 

전남 보성읍 관주산 단풍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