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만 살면 무엇 하겠는가?”

“내일 호남지방은 적은 양이지만 비가 내리겠습니다.”일기예보가 있었는데 아침에 동쪽 하늘을 쳐다보았더니

 비구름은 보이지 않고

옅은 구름 사이로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때마침 불어오는 찬바람에 코끝이 싸늘해짐을 느낄 수 있

었는데

어젯밤 바람에게 잎을 모두 빼앗긴 감나무는 추위 때문에 오들오들 떨고 서있었다. 오늘은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맞춰 식당(食堂)으로 향하였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어서와!”하며 먼저 온 회원(會員)들이 반겨주었

다. “그동안 잘 계셨는가?”

“자네 건강은 어떠신가?” “사업은 잘 되고 있는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잠시 기다리다 식사를 하는데 친

구 한사람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자네는 몸이 안 좋은가? 왜 그렇게 힘이 없어 보이는가?”물었더니 “내가

 피곤하게 보인가?”

되묻는다. “상당히 힘들어 보이는데 그래!” “그런가? 내가 어젯밤에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런 것 같네!”

“왜 잠을 못 잣는데?”

“자네는 부모님 다 계신가?” “우리 부모님은 진작 돌아가시고 장모님만 살아계시는데 그건 왜 묻는가?”

“그럼 장모님은 금년에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 “여든 일곱이신데!” “건강하신가?” “아직 특별히 아픈 데가 없으니 병원(病

院)에는 안다니고

또 마을에 놀러는 잘 다니는 것을 보면 나이에 비해 건강하신 편이야! 그런데 자네 어머니는 병원에 계신다면서

 지금 어떠신가?”

“지난번까지 요양원(療養院)에 잘 계셨거든, 그런데‘몸이 좋지 않으니 병원으로 모시고 가야할 것 같다.’고

 연락이 왔어

그래서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모셨는데 담당 의사께서 진찰을 해 보더니‘현재 할머니께서는 혈소판이 어쩌고저

쩌고 해서 피(血)를 만드는

기능을 상실하셨기 때문에 우선 수혈을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전문용어로 설명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있

어야지

세상에 피를 못 만드는 병도 있는가?” “나는 처음 듣는 병인데!” “하여튼 의사가 시킨 대로 수혈 받고 치료

를 하니까

몸 상태는 조금 좋아진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어머니께서 자꾸 무엇을 시키는 거야!” “어떤 것을 시키셨는

데?” “멸치 볶음 만들어 와라!

몸 아프니 약 사와라! 과자 사와라! 하여튼 이것저것 주문이 많은 거야 그런데 병원 약도 있는데 무슨 약이 필요

하겠는가?

그리고 병원 반찬이 부실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만하면 괜찮고 맛있더라고!” “그래도 어머니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러는 것 아닐까?”

“그런데 한두 번도 아니고 자꾸 그러니 짜증이 나더라고 그래서 어제는 한마디 했거든‘어머니가 자꾸 이러면

 어떻게 힘들어 살겠어요?

제발 해 주는 대로 잡수고 병원에서 시킨 대로 좀 하세요.” “그러면 어머니께서는 뭐라고 하시던가?” “노발

대발 야단이시지

그러고 나니 내 맘도 좋지 않고 그래서 어젯밤 잠이 들지 못하고 괜스레 이 생각 저 생각하다보니 거의 뜬 눈으로

 날을 샌 것 같아!”

“그러면 금년에 어머니 연세는 몇 세이신데?” “올해 여든 아홉이시니 내년에 딱 구십이시네!” “그러면 병

원에서는

완치할 가능은 있다고 하던가?” “아직 완치할 수 있네! 없네! 할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더 두고 보자! 는 입장

이거든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완치가 힘 들것 같아!” “그러면 어머니 생각은 어떠시던가?” “어서 빨리 나아서 집으

로 가든

요양원으로 가든지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될지 모르겠네!” “옛말에 사람은 낳기보다 죽기가 더 힘들

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는 말 같아! 우리가 오래만 살면 무엇 하겠는가? 병 없이 건강하게 살다 어느 날 갑자기 저 세상으로

 가면 정말 좋을 텐데 안 그런가?” 

제가 근무했던 전남 보성우체국 설경 입니다. (사진은 2012년에 촬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