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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팔아도 남는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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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7-12-23 10:02 조회2,5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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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팔아도 남는 게 있을까?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내린 하얀 서리가 동구 밖에 서있는 정자나무를 폭격(爆擊)

했는지 지난여름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뭇잎은 아무 힘없는 낙엽이 되어 우수수 쏟아져 내리고, 수확이 모두 끝난 시골

들판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까치 한 마리만 ~! ~!”

 

연신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요새 친정 동생이 바쁘다고 하니까. 오늘은 내가

가서 도와주고 올게!”하고 처제(妻弟)집으로 향했던

집사람이 돌아오면서, 어른 주먹만큼 큰 대봉감이 50개씩 들어있는 자루 두개를 내

밀었다. “이건 무슨 감이야?”

 

동생이 형부 심심할 때 드시라고 해서 가져왔는데.” “그랬어! 그런데 처제 집

에는 감나무도 없는데 무슨 감을 보냈을까?”

이웃집에서 수확했는데 잘 팔리지 않아 걱정이라며 몇 개만 팔아달라고 부탁 했

나봐! 그래서 사 왔다고 이거 두개는 나보고 가져가라고 하던데!”

 

그랬으면 한 자루만 가져오지 준다고 두 자루씩이나 가져와?” “근데 이게 하나

5천원이야! 그러니까 두개 만원!”

! 한 자루에 5천 원이라고? 무슨 감이 이렇게 싸! 이건 완전히 인건비도 안 나

오겠는데!” “그러니까 시골 살기 힘들다고 그러지

 

왜 살기가 힘들다고 하겠어?”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렇게 큰 대봉감이 한 자루에

5천원이면 감 한 개에 백 원이라는 이야긴데

값이 싸도 너무 싼데 이렇게 팔고도 농민들은 남는 게 있을까?”하다 문득 후배의

이야기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며칠 전 선후배(先後輩)간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약속시간에 맞춰 식당으

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 오세요!”하며

먼저 와있던 회원들이 반겼다. “잘들 계셨는가?”반가운 인사가 끝나고 후배에게

자네는 엊그제 집에 감 따러 간다고 하더니 다 땄는가?”

 

! 따기는 다 땄어요.” “그럼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 이야긴가?” “따기는

다 땄고 요즘은 부지런히 선별해서 시장에 내다 팔고 있어요.”

감나무가 몇 그루나 되는데?” “아마 70그루쯤 될 거에요.” “아니 무슨 감나

무가 그렇게 많아?” “그게 제가 심은 게 아니고

 

우리 아버지께서 직장 다니실 때 나중에 정년퇴직하면 그걸 따서 노후 생활하겠다

고 심으셨거든요.” “그래도 70그루면 엄청나겠는데

그러면 금년에는 백 개 한 접에 얼마나 하던가?” “아주 굵고 흠집 없는 제일 좋

은 상품(上品)3만원 한다고 하네요.”

 

제일 좋은 게 그것 밖에 하지 않는다고? 그러면 흠집이 있거나 작은 것은 얼마나

하는데?” “그건 2만원도 하고 또 만원도 하고 그럴 거예요.”

그래! 그러면 감나무에 비료나 약()은 하지 않는가?” “왜 안 하겠어요? 거름

은 나무 한 그루당 최소한 한포씩은 넣어줘야 하고.

 

약은 봄에 꽃 필 때 하는데 보통 세 번에서 다섯 번까지는 해야 감을 먹을 수 있어

.” “그러면 비료 값도 그렇지만 약 값도 만만치 않겠는데.”

그래도 약을 하지 않으면 감을 수확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그러니 시골에

서 과수원을 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러면 과수원은 자네 부모님께서 관리하시는가?” “처음에는 하셨는데 갈수록

나이가 많아지니 무척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집사람과 같이 돕고 있어요.” “그럼 감은 얼마나 팔았는가?” “

사람이 아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팔기도 하도

 

또 인터넷으로 파는데 제법 잘 팔더라고요. 그리고 나머지는 저온 창고에 넣었는데

모르겠어요. 언제쯤 다 팔수 있을지는.”

그러면 수입(收入)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은 해 봤는가?” “그건 부모님이 하시

니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계산해보면 농촌 일은 인건비 밖에 안 남더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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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 대흥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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