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회

정우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문인 광장

막걸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8-01-13 14:47 조회2,301회 댓글0건

본문


막걸리

 

1960년대 어느 무더운 여름날.

쩌그 주조장에 가서 막걸리잔 사와라!”

아부지는 10원짜리 지폐 석장을 엄니는 커다랗고 노란 양은 주전자를 손에 쥐어주셨다.

 

그리고 주조장에서 주전자에 막걸리를 담아주시던 아저씨께서 사장님의 눈치를 한번

살피고는 살며시 내 귀에 대고

느그 아부지가 쩌그 우게 살고 있는 류씨(柳氏) 지야?” “!”

내가 술을 쪼간 더 담었응께 잘 자시라고 해라 잉!” “!”

 

노란 주전자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갈수록 무거워진다.

막걸리 어떤 맛일까?” 주전자 주둥이에 입을 대고 한 모금 꿀꺽’ “꺼억!”

이상하다! 별 맛도 읍는디!”그래서 또 한 모금 꿀꺽’ “꺼억!”

 

얼굴을 빨개지고, 숨은 가빠지고, 가슴은 두근두근.

아이고! 큰일 났다! 우리 아부지 알문 나는 큰일 나꺼인디 으째사 쓰까?’

평소에는 가깝기만 하던 우리 집이 그날따라 왜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는지.

 

간신히 집에 돌아온 나는 살며시 주전자를 마루 끝에 올려놓고 걸음아! 날 살려라!’도망

쳤는데 그날 우리 아부지도 술에 취하셨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제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는 가끔 막걸리 심부름을 시키시곤

하셨습니다.

 

그 시절 저의 또래라면 누구나 그랬듯이 막걸리를 사 오면서 주전자 주둥이를 입에

대고 한 모금 두 모금 마셨던 술이 나중에 취하는 바람에 혼이 난적 있습니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웠던 1960년대 왜 그때의 추억이 새삼스레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시절이 가끔은 그립습니다.


99D04B355A59989C277C44

"아이고 인자 눈 잔 그만 와쓰문 쓰것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