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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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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0-03-07 15:39 조회1,7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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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막걸리 

 

전남 보성군 득량면에 위치한 오봉산 산행(山行)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선배님께 오늘 제가 점심 대접

할 테니 식당으로 가시게요.”

미안하게 무슨 점심을 사려고 그래?” “비싼 음식은 대접할 수 없으나 선지해장국 한 그릇은 대접할

 수 있는 능력(能力)이 있거든요.”

 

그런가? 그런데 나는 선지 보다 내장국밥을 더 좋아하는데 그걸로 사주면 안 되겠는가?” “이거나 저

거나 가격은 똑 같은 것 아닌가요?”

그래도 사 주는 사람 맘이니 안 된다면 할 수 없이 선지로 먹어야 되지 않겠는가?” “그건 형님 알아

서 드세요!

 

아무리 제가 돈을 낸다고 하지만 그것까지 안 된다면 되겠습니까?” “그런가? 그러면 진짜 고맙네!”

는 순간 차()는 식당(食堂)

앞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 선배님께 형님! 술도 한 잔 하셔야지요?” “술까지 사주려

?”

 

오늘 기왕에 팍 쓰려고 맘먹었으니 어렵게 생각마시고 무엇이든 다 말씀하세요!” “그런데 나는 산에

 다녀오느라 땀 흘렸으니

비싼 소주 보다 막걸리 한 병이면 족하겠는데!” “다른 건 필요 없고요?” “막걸리가 있으면 잔도 있

어야 되지 않겠는가?”

 

옳은 말씀입니다.”하고 식당 주인에게 여기 막걸리 한 병하고 잔도 주시고요!” 주문을 하고 나니

 아스라이 아주 오래전

잊어버리고 있었던 기억들이 안개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우리 생활이 조금씩 나아지던

 1970년대 말,

 

그때 내가 우체국(郵遞局)에서 집배원(集配員)으로 근무하였었는데,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때는 봄이면

 논에 모를 심고

여름이면 마을 주민끼리 서로 번갈아가며 피나 잡초를 뽑아주던 시절이었다. 날씨가 굉장히 무덥던 어느

 해 여름,

 

전남 보성 쾌상리 동암 아랫마을 가운데 집에 편지를 배달하려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아주머니께서

! 우리 집 편지와쓰까?”

군대에서 편지 왔네요.” “안 그래도 엊저녁 꿈에 우리 아들이 뵈이드만 편지가 올라고 그랬든 갑구

! 아이고!

 

날씨도 이라고 징하게 더운디 을마나 고상을 해 싼고!”하며 편지를 받아든 순간 아저씨와 마을 분들이

 논에 김매기를 마치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날도 더운디 고상들 하셨소! 쩌그 막걸리 받아다 놨응께 한 잔썩 자시고 계시씨요!

 나 얼렁 밭에 가서

 

꼬치 몇 개 따올라요.” 하며 밖으로 나가자, 부엌으로 들어가신 아저씨 옴박지에 담겨있는 막걸리를 가

지고 나오더니

더운께 얼렁 한 잔씩 자셔 봐!”하며 잔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를 보고 어이! 자네도 더운

께 한 잔만 해봐!”하셨는데

 

저는 근무 중이라 술은 안 됩니다.”사양하자 와따아~ 이 사람아! 아무리 근무 중이라도 이라고 더

울 때는 어른들이 권하면

못이기는 척하고 마시는 거시여! 알았어?”하셔서 할 수 없이 잔을 받아 마셨는데 이상하게 아무 맛이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옆의 아저씨께서 어야! 어째 막걸리가 심심허네! 날씨가 너머 더운께 내가 맛을 잘 모

르까?”

그랑께 이거시 술이 아니고 맹물 같단 마시!” “그래에~ 어디 내가 한 번 마셔보고!”하며 술을 한잔

 쭈욱 들이키신

 

아저씨 이상허게 술이 심심하네!”하는데 그 순간 밭에서 고추를 따오신 아주머니 우물가로 가시더니

 술 받어다 여그다 놔뒀는디

우째 한 잔도 안 자셨소?”하셨다. 그 순간 눈이 둥그렇게 변하신 아저씨그라문 정재(부엌)에 놔둔 것

은 머시여?”

 

그것은 밥할라고 쌀 씨꺼 갖고 뜬물 받어 논거인디 으째서요?” “? 그라문 지금까지 우리가 뜬물을

 막걸리라고 마셨단 말이여?

어째 이상하게 맛이 한나도 읍드랑께!”하며 배꼽을 잡고 웃었는데. 왜 이렇게 지나버린 일들은 모두

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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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 날 하얀 꽃을 피운 매실 아가씨 오늘은 꿀벌들을 불러 모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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