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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밟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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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광일 작성일21-04-19 13:35 조회1,9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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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밟으며

걷기 운동은 비타민D 생성으로 스트레스 해소 및 우울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루 30분 걷기 운동을 꾸준히 실천 하면 불면증 치료에도 도움이 되고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고 한다. 걷기는 저강도 운동으로 장시간 지속해도 체력 소모가 크지않아 오랜시간 걸어서 근력 향상 및 체지방 감소가 가능 하다는 것이다. 특이 나이든 연령층은 꾸준한 운동을 하여 근력이나 지구력을 키워야 하며 관절 운동, 순발력 증진을 위하여 가벼운 걷기 운동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체력단련 차원에서 매일 아침 집 주위를 약 30분 정도 걷기 운동을 하다가 이번 초겨울 부터는 아내와 함께 뒷산을 일주하는 산행으로 돌렸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뒷동산에 올라 몇 줄기 산 등성이를 타고 오르다가 내리막 길로 돌아내려와 이웃 마을 앞을 거쳐 돌아오는 길은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나는 오늘도 아내와 함께 이 길을 걷는다. 오늘 따라 날씨가 차가와졌다. 반면 몇일 계속 뿌였던 공기는 제법 맑아진 느낌이다.

뒷동산에도 낙엽이 수북이 쌓여 나무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과 함께 따사로움을 더한다.

해마다 떨어져 뒹구는 저 낙엽들, 이제 추운 겨울 내내 대지를 덥고 감싸고 있다가 계절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새로운 생명을 싹틔우는데 일조하겠지 라고 생각해 본다.

이 숲에 앙상한 가지만 손 짓 하기보다 넉넉하게 길에 두툼히 낙엽으로 포장된 길을 걷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길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그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은 나이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 나이든 노년의 세대는 낙엽만 보아도 낙엽이 떨어지니 나도 가야지 할것이지만, 젊은 세대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낙엽을 밟으며 그 소리는 사각대는 노래로 들릴 수 도 있으며 사랑하는 애인끼리 대화 중 발밑에서 나는 소리는 자기들의 이야기에 한박자씩 추임새를 넣어 준다고 생각할 수 도 있겠다. 그런데 참나무를 비롯한 활엽수의 낙엽은 그 사각대는 소리가 마치 속삭이는 멜로디 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의 낙엽은 발밑에서 폭신하게 감싸주는 자장가 처럼 들리기도 한다.

여기서 시인 소병수의 <가을 낙엽을 밟으며> 라는 시 한구절을 옮겨 본다.

가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

가슴에서는 비가 되어 내리고

떨어지는 낙엽을 붙잡지 못하고

그져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차마 그냥 보낼 수 없어

붙잡으려 손을 내밀어 보지만

부질없이 힘만 쓰다가 이내 놓치고

가슴만 태우고 있습니다----

정말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여름내 열을 뿜으며 나무 입들이 푸른 윤기를 내뿜어 그 열기에 빠졌다가 서서히 변하여져 붉어지고 노랗게 물드니 어느덧 소슬바람과 함께 나무 가지를 흔들며 옷을 벗어버리고 앙상한 손만 흔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 때로는 낭만과 사색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인생 무상함을 노래했을 것이다.

옛난 6.25 후에는 땔감이 없어 가랑잎을 때기도 했었다. 물론 화력은 없었으나 좋은 연료였고 낙엽을 태우는 냄새는 우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낙엽을 태우면서>를 쓴 작가 이효석도 그 글에서 기술 했지만 낙엽이 타는 냄새를 ‘개암 냄새, 구수한 냄새, 옷깃에 오랫동안 스며든다’ 등로 표현 했듯이 낙엽 타는 냄새를 좋아했나 보다.

정말 아내와 함께 걷는 길은 상쾌하기만 하다. 폭신한 낙엽을 밟는 여유로운 발길, 산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시원하고 넓은 들녁의 풍광, 나무 사이를 헤집고 들려오는 바람 소리, 숲속에서 들려오는 산새들의 합창, 저편 언덕에서 뛰어노는 고라니 가족의 나드리, 두런 두런 간밤에 못다한 둘만의 정담, 이 모든것이 함께 어울려 메아리져 구비 구비 계곡을 타고 오른다. 건강과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오늘도 낙엽을 밟으면서 그동안 걸어온 길을 반추해 보면서 사색에 젖어본다.

이 광 일(서울지방우정회 소속)

전 남울산, 인천, 서울동작우체국장

전주이씨덕양군파종중 종보 편집실장

저서 : 산마루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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