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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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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1-08-21 13:34 조회1,9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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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어머니
 
길을 가다 우연히 옛날에 아주 절친했던 친구를 만났다.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그동안 잘 지내셨는가?” “그러게 자네는 어떤가?
직장에서 정년퇴직은 했을 것 같고 지금은 어디서 살고 있는가?” “직장에서 정년은 진작했는데 지금도 서울에서 살고 있어.”
 
그러면 시골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가?” “시골집에는 어머니가 살고 계셔!” “어머니가 살고 계신다고그러면 연세가 상당히 많으실 것 같은데?”
금년에 90세시거든.” “그러면 몸은 건강하신가?” “시골 사는 노인들이 건강하면 얼마나 건강하시겠어항상 여기저기 아픈 곳을 달고 사는 거지.”
 
그러면 정신은 괜찮으시고?” “아직까지는 괜찮으신데 시골집에서 혼자 계시다보니 누구 말벗도 없고 그래서 그런지 가끔씩 치매증상이 있는 것 같더라고.”
그러면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치료라기보다는 아침 9시경에 요양원 차가 집으로 오면 그 차로 요양원에 가셨다 오후 6시경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시는데 그렇게 한 뒤로 치매증상은 거의 사라지고 삶의 활력도 생기는 것 같더라고.” “그러면 요양원에 친구 분들이 많이 계실까?”
아무래도 집에 혼자 계시는 것 보다 사람들 만나고 그러니까 외로움을 덜 수 있어 그런지 많이 좋아지신 느낌이 들더라고.” “그렇다면 정말 다행일세!”
 
그런데 자네 이번 주 토요일 날 혹시 시간 있는가?” “그날 특별한 계획은 없는데 왜 그런가?” “다름이 아니고 그날이 우리 어머니
구십 살 생신이신데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 모임을 자제하라!’고 하니 일가친척 모두 초대할 수는 없고 자네 같이 절친한 사람 몇 명만 초대해서
 
점심식사나 같이하려고 그러네.” “그래 그것도 아주 좋은 생각인데 요즘 텔타 변이 바이러스니 어쩌니 해서 사람들 모이기가 겁이나니
그날 모이는 것도 부담이 되겠는데.” “그러게 말일세사실 금년에도 그냥 넘어갈까 어쩔까 했는데 지금까지 아버지 회갑이나 칠순 팔순까지
 
모두 챙겨 드리다보니 어머니는 소홀했던 게 생각나더라고 그런데 어머니가 앞으로 얼마나 사실지 모르니 금년에는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더라고.”
자네 말을 들어보니 정말 좋은 생각이네 그날 꼭 참석하도록 하겠네그런데 앞으로 어머니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이제 90세가 넘은 어머니를 한없이
 
혼자 계시도록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도 요즘 걱정이 많네사실 내가 큰아들이니 내가 모셔야 맞는데어머니를 모시고
서울로 갈 수도그런다고 동생들에게 모시라고 할 수 없고또 식구들 데리고 시골로 이사를 올 수도 없으니 정말 걱정일세!”
 
그러면 내 생각을 한번 들어 볼 란가?” “무슨 생각인데?” “자네 지금 서울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가?” “특별히 하는 일은 없어.”
그러면 자네 가족은 그대로 서울에서 살고 자네만 시골로 내려와 어머니를 모시면 어떻겠는가?” “그게 이사하기가 힘들다니까.”
 
아니 내말은 이사하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자네 가족은 그대로 서울에서 살고 자네만 내려와 시골집에 살면서 어머니를 모시면 어떻겠느냐
그 말일세다시 말하면 자네어머니가 자네를 모시는 것이 아니고 자네가 어머니를 모시는 것 말일세자네가 내려온다고 해도
 
시골에 집 있고 또 논이나 밭도 있으니 특별히 장만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그리고 주말이면 서울 가서 일요일 날 내려오면서
반찬 같은 것도 가져와 어머니와 오순도순 살면 아주 좋을 것 같은데.” “자네 말을 들어보니 정말 좋은 생각일세!
 
그런 좋은 방법도 있었는데 왜 나는 생각을 못했을까먼저 집 사람과 상의해 보고 계획을 세워 시골로 내려와야겠네정말 고마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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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나자 들녘의 벼들도 누렇게 변하면서 점점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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