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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조개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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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1-09-04 17:52 조회1,9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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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조개의 추억

 

저녁 식사를 하려고 주방으로 들어서자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러 집사람에게 오늘 저녁반찬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날까?”

물었더니 어제 웅치(熊峙동생이 우렁이하고 마개를 잡아 가져왔데그래서 어제와 오늘 해감해서 된장국을 끓였는데 맛있을 것 같아?”

 

아니 요즘 시골에서 모 심으랴보리 베랴감자 캐랴정신없이 바쁠 텐데 우렁이 잡을 시간이 어디 있어 그걸 잡아와?” “그걸 잡으려고 해서 잡은 게 아니고

논에 모심을 물을 대려고 마을 위쪽에 있는 저수지 물을 모두 뺏던 모양이데그런데 모두 빠지고 나니 우렁이와 마개가 저수지 바닥에 쫙 깔려있어

 

그냥 두기 아까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주웠다고 그러데!” 하면서 전라도에서는 마개라고 부르는 어른 손바닥만큼 큰 민물조개 살을 도마에 놓고 잘라

초장에 찍어 먹어보라!”고 해서 한 점 먹어 보면서얻어먹는 주제에 이런 말을 하면 처제의 성의를 무시한 것 같아 대단히 미안한데

 

마개는 예나 지금이나 질기기만 할 뿐 맛은 별로 없는 것 같네.”하였더니 집사람은 별다른 대꾸 없이 빙긋이 웃더니 그게 그렇게 질겨?”

내말이 거짓말 같으면 한번 먹어봐!” “그래서 동생이압력밥솥에 넣고 푹 삶은 다음 초장에 찍어먹으라!’고 했구나!”

 

바다에서 나오는 꼬막이나 바지락 같은 조개류는 모두 국물도 시원할 뿐 아니라 맛도 부드럽고 아주 좋은데 이상하게 민물조개는 질기고 맛이 없거든

국물도 이렇게 맛이 없을까?” “오늘은 된장 물 풀어서 우렁이와 마개를 함께 넣어 끓였기 때문에 무슨 맛인지 잘 모를 거야.”

 

그런가하여튼 처제에게 귀한 것 갖다 주어서 고맙다고 전해줘!”하면서 아주 오래전 민물조개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1979년 내가 전남 보성 겸백우체국에서 근무하던 때였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토요일 날 쉬는 것이 아니고반공일이라고 해서

 

오전 근무를 하던 시절이었다그해 7월 어느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오늘은 집에 가서 쉬고 내일은 일주일 동안 먹을 반찬을 가져와야겠다.’

생각하며 자취방으로 향하다 우연히 우체국 건너편에서 흐르는 보성강(寶城江강변을 바라보니 영감님 한분이 얼굴에 수경(水鏡)을 쓰고

 

어른 배꼽 정도 깊이의 물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하며 무엇인가 잡고 있는 같았다그래서 가까이 다가가 아제지금 뭣하고 계시오?” 묻자

지금 마개 잡고 있어!”하며 어린이 주먹만큼 큰 민물조개를 보여주었다. “그게 맛은 괜찮을까요?” “이거엇된장 물에다 푹 삶아서

 

묵으문 쌈빡하니 참말로 마씻써!” “정말로 맛있어요지난번에는 먹어보니 상당히 질기던데요.” “그것을 푸욱 쌂아서 묵어야 쓰꺼인디

대충 쌂응께 그라제!” “그러면 강바닥에 마개는 많이 있던가요?” “자네 잡어 갈 정도는 충분히 있어!”해서 영감님께 수경을 빌려 본격적인

 

마개 사냥에 나섰는데 물속으로 쉬지 않고 자맥질을 하면서 부지런히 잡다보니 어느새 지금은 사라진 양철 바게쓰(양동이)로 한가득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진 나는~~~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가져왔는데 어머니께서 보시더니 이건 맛도 별로 읍고 그랑께 내다 팔아 불자.”하고

 

시장으로 가져가시더니 5백 원을 받고 파셨단다. “그래도 한나절 내 수고해서 잡았는데 5백 원 받고 팔았으면 너무 싸게 판 것 아닌가요?”

“5백 원이라도 고맙게 생각해라요즘 누가 마개를 돈 주고 사 묵는 다냐맛도 별로 읍는 것을!”하셨는데 벌써 40년도 더 지난 세월이 흐른 지금,

 

그때 내가 잡은 민물조개를 사 가신 분은 맛있게 드셨을까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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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장마가 계속되면서 야생 버섯들이 여기저기 지천으로 예쁘게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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