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머시여? 할머니가!"

선배 한분과 함께 회관 앞을 지나가는데 “아제! 으디 갔다 와? 안 바쁘믄 이루와서 커피 한잔 자시고 가!”하고 마을 아짐께서 부르셨다.

“저는 아가씨들 많은 곳에는 부끄러워 못 가는데 어쩌지요?” “머시 으짠다고? 아가씨 만한디는 여루와서 못 온다고? 별노무 소리를 다하네!

잔소리 말고 얼렁 이루와!”하셔서 못 이기는 척 선배와 함께 신발을 벗고 회관으로 들어서자 “이루 와서 앙그씨요! 그란디 모처럼 아제들 오샜는디

지금은 자실 것이 커피하고 음료수뿐이 읍응께 그리 알고 맛이 읍드라도 기양 자셔 잉!”하면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를 한 잔 내 놓는 순간

“수박 있습니다. 참외도 있어요. 맛있는 바나나도 있고 체리와 블루베리 등 각종 맛있는 과일을 실은 차(車)가 회관 앞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어서 나오세요.” 하며 방송이 한창이었다. 그래서 “저 잠깐만 다녀올게요.”하며 신발을 신으려는데 “아니 커피는 안마시고 으디가?”

“이 앞에 과일장사 사장님을 좀 만나려고요.” “사장은 만나서 뭣할라고?” “글쎄 저에게 '만날 일이 있응께 얼렁 오라!’고 방금 문자를 보냈거든요.

그러니 금방 다녀올게요!”하고 나오자 옆의 선배께서도 “그라고 본께 나도 그 양반을 째깐 만나야 쓰것네.”하며 뒤 따라 나오셨다.

그리고 과일 차에 다가가 노란 참외를 가르치며“맛이 있을까요?”묻자“요즘 과일들은 햇볕을 많이 받아 당도가 높기 때문에 정말 달고 맛있어요.”

“그러면 조금 싸주세요.”하자 옆의 선배께서 “동생이 노란 참외를 삿는디 나는 멋을 사까? 그라문 나는 노란 바나나를 잔 싸주시오.”해서

참외와 바나나를 가지고 회관에 들어가자 “먼 이런 것을 또 사갓고 와쓰까 미안시럽게!” “미안해하실 것 없어요. 진작 잡수실 것을

좀 사다 드리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항시 회관 문이 잠겨 있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랑께 말이여! 그노무 코로난가 머신가는

은제나 읍서질랑고 참말로 큰일이시.” “그래도 이라고 회관에 나오문 사람들도 만나고 이야기도 하고 그랑께 존디 회관 문을 닫어분께

한종일 집이서 문 딱 닫아놓고 누구하고 말을 할 수가 있는가? 으짠가 이라다가 병 생기것 드랑께!”하는 순간 마을 아짐 한분이

회관 문을 열고 들어오시자 "날씨도 징하게 더운디 으디를 갔다오요?" 묻는다. "옛날에 역전 옆에 있든 농산물 검사소라든가 거가

새로 집을 이삐게 짓어 갖고 쩌리 원봉린가 우산린가로 이사를 갔다 글드만." "농산물 검사소가 지금은 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5일 시장 건너편으로 새 건물을 지어 이사를 했거든요." "그란디 거그서 우리 땅이 먼 정리가 잘못되었다고 오라 그라데 그래서 할수 읍시 갔다 왔제!"

"그라문 일은 잘 마치고?" "우리 논이 멋이 잘못되었는고 이것저것 물어쌓드만 다 되었다고 가라그래서 왔어! 그란디 거그를 찾을라고

역전에 가서 물어 본께 '장테로 가라!' 글데 그래서 장터 가서 거가 으디가 있는고? 하고 여그저그 뚤래뚤래 해싼께 먼 이쁜 아가씨가 옆에 오드만

"할머니! 무엇을 찾으세요? 물어보드랑께! 그래서 '여그 역전 옆에서 새로 지어갖고 이사 온 농산물 검사손가 으디를 찾는다!' 고 그랬드니

'쩌가 기다!'고 갈쳐줌시로 '할머니 조심해서 가세요!' 그란디 듣기가 영 그라데!" 하며 무엇이 많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었다.

"아가씨가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었다면서요. 그런데 무엇을 잘못했나요?" "아니 내가 암만 나이를 묵었어도 할머니가 머시여? 할머니가!

그랑께 그냥 '아줌마' 안 그라문 '엄니' 라고 불르문 을마나 좋아! 내 말이 틀렸어?"

제가 살고있는 전남 보성군 전일리 군학 해변에서 촬영한 전남 고흥군 득량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