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원짜리 벌초

관주산 정상에서 선배 한분과 함께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띠로리! 띠로리!’선배의 휴대폰 벨이 울리고 있었다. “그래 나다! 점심 먹었냐고?

아직 안 먹었는데 왜 그러냐? 이제 먹으러 가야지 그런데 무슨 일이냐? 응! 그래~에! 그래도 우리 동생이 최고구나! 그런데 그건 그냥 놔둬라,

내 용돈은 충분히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 돈으로 저녁에 맛있는 것이나 사서 제수씨하고 같이 먹어라! 뭐가 서운하것냐? 그런 말을 하지 말고

나 하나도 안 서운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 다음부터는 혹시라도 그런 일은 절대 맡아오지 말아라! 그래 알았다, 끊는다.”하고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누구에게 온 전화인가요?” 물었더니 “우리 막둥이 동생에게 온 전화인데 엊그제 벌초를 같이 했는데 일당 준다고 그래서

그냥 놔두라고 했어.” “엊그제 벌초를 하셨다고요? 아니 언제 누구네 집 벌초를 하셨다는 말씀이세요?”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동생이

택시 운전을 하고 있지 않는가?” “그렇지요.” “그런데 우리 동생 단골손님 중에 이쪽 너머 마을에 사는 올해 구십 살이 넘으신 영감님이 계시거든.”

“이쪽 너머 마을 구십 세가 넘으신 영감님이라면 김 씨 어르신 말씀이세요?” “그렇지! 그분이 우리 동생 단골손님인데 부인과 사별한지

상당히 되셨거든, 그런데 자녀들이 모신다고‘우리 집으로 가시자!’고 하지만 혼자 있는 것이 좋겠다고 안 가신다고 하거든.”

“자신이 움직일 수 있으면 아무래도 혼자 계시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다 보니 반찬이라든가 여러 가지 필요한 것이 많은데

그걸 우리 동생에게 전화해서 구입하여 집에다 갖다 놓으라고 하는 모양이야.” “그러면 그 어르신이 필요한 반찬들이 가게에 있을까요?”

“지금은 햇반이라고 불리는 즉석 밥부터 미역국과 된장국 등 여러 가지 찌개와 배추김치부터 갓김치 등 마트에만 가면 없는 것이 없으니

그걸 구입해서 냉장고 넣어두고 끼니때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되니까 한 끼 식사정도는 편하게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정말 그러겠네요.

또 용기도 일회용이어서 씻을 필요도 없으니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아주 편리하겠네요.” “그런데 며칠 전 우리 동생에게‘요새 내가 걱정이 하나있네!’

하며 한숨을 쉬더라는 거야.” “무슨 걱정이 있었을까요?” “그게 그분 조상님들 산소의 벌초 문제인데 작년에 누구에게 7만원에 맡겼는데

금년에는 누구에게 맡길 사람이 없다는 거야.” “그러면 정말 걱정이 되었겠는데요.” “그래서 우리 동생이‘그러면 금년에는 제가 7만원에 해 드릴게요.’

하고 일을 맡았는데 동생이 생각하기에는‘낫으로 한 2시간쯤 열심히 자르면 될 것!’으로 생각하고 갔는데 가서보니‘풀들이 사람의 어깨 보다

더 높이 자란데다 특히 쑥이나 억새 같은, 또 외국에서 왔다는 콩처럼 생긴 줄기식물들이 얽히고 설 켜서 도저히 낫질을 할 수 없다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전화가 왔어. 그래서 내가‘알았다!’하고 예초기를 가지고 갔는데 풀이 얼마나 질기던지 바닥에서 부터 자르면

풀들이 계속 예초기를 감고 도는 바람에 도저히 자를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그래서 위쪽을 먼저 자르고,

그 다음에는 중간만큼 자르고, 마지막으로 바닥을 자르고, 예쁘게 마무리하는 식으로 했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리고 잘라놓은 풀들은

동생이 한쪽으로 치웠는데 둘이서 부지런히 했어도 서너 시간은 걸린 것 같더라고. 그래서 동생이 7만원을 받아서 절반씩 나누자고 하는데

그걸 나눠서 무엇 하겠는가? 그래서 동생 쓰라고 했는데 하여튼 벌초라는 게 정말 힘든 작업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아!”

제가 살고있는 전남 보성 관주산 계단의 단풍잎입니다. (2021년 11월 17일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