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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와 들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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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3-08-05 15:43 조회2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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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와 들기름

 

“오늘 밤부터 내일 오전 사이 곳에 따라 강한 바람과 함께 8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예상되오니 주민 여러분께서는 피해가 없도록

미리 대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으나 다행스럽게 비는 내리지 않고 어디선가‘워~에~앵!’풀 베는 기계 소리만

 

요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오늘은 산행하는 날이어서 회원들과 함께 산 정상(頂上)을 향하여 천천히 올라가는데 후배 한 사람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하였다. “제가 금년 봄에 새로 장만한 논 있지 않습니까?” “그 논은 흙을 채워 밭으로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랬지요. 그래서 올해 처음 감자를 심었거든요.” “그랬어? 그러면 작황은 어떻던가?” “그런데 그게 제가 농사는 처음이어서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서 농사를 지었는데, 감자가 나올 때를 맞춰 몇 뿌리 캐 보았는데

 

어른 주먹만큼 굉장히 굵고 실하더라고요.” “그랬어? 아마도 감자가 새 땅에서 자라다 보니 병해충이나 바이러스가 전혀 없으니까

그렇게 튼실하고 좋았던 모양일세!” “그러니까요. 그래서 캐기 시작하였는데 감자는 캐면 선별(選別)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큰 것은 큰 것대로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선별을 잘해야 제대로 가격을 받을 수 있지!” “그래서 우리 마을 사람들을 불러 시켰는데

처음 해봐서 그런지 어쩐지, 큰 것 작은 것을 모두 한꺼번에 박스에 집어넣어 엉망이 되었지 뭡니까?” “그랬다면 정말 난감했겠는데.

 

그러면 그 감자는 어떻게 했는가?” “선별을 다시 하라고 할 수도 없어 곤란했는데 마침 지인(知人)들이 몇 박스씩 사가는 바람에 해결이 됐어요.

 

그리고 옆에 밭에서 나오는 감자는 선별을 잘하는 분들을 불러다 시켰는데 정말 전문가답게 기계가 필요 없더라고요.”

“그 이야기는 나도 들은 것 같아!” “그러니까요, 그런데 밭에서 일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날마다 뙤약볕에서 일하다 보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랬겠지.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그렇게 반복해야 하는데!”

“그런데 엊그제는 일을 하는데 굉장히 갈증이 나더라고요.” “그럼 미리 물 같은 것을 준비하지 않고 일을 했던가?”

 

“다른 때 같으면 인부들이 있으니 물이나 간식 같은 것도 준비하지만 그날은 저 혼자 일을 하니까 별 생각 없이 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어찌나 목이 마르던지 그냥 집으로 달려가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콜라 큰 병 있지 않습니까?” “응! 있지!”

 

“그게 있어서‘마침 잘 되었다!’하고 뚜껑을 열고 그대로 입에 대고‘꿀꺽! 꿀꺽!’마셨는데 마시다보니 어째 맛이 좀 이상하더라고요.”

“무엇이 이상했는데?” “콜라 같으면‘쏴’하면서 시원한 맛이 나야 하는데 그런 맛은 전혀 없고 밍밍하면서 느끼하니 토(吐)가

 

나올 것 같더라고요.” “왜 그랬을까?” “그래서 병을 다시 살펴보았는데 콜라는 보통 검정색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약간 누런색을 띠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 상해서 변했을까?” “그래서 다시 찬찬히 보았더니 그게‘들기름’이라고 적혀있지 뭡니까?”

 

“뭐라고 들기름이었다고?” “그러니까 콜라를 마신다는 것이 들기름을 마셨더라고요.” “그러면 속은 괜찮고?”

“다행이 약간 늑늑하기만 하더라고요.” “들기름은 옛날 부잣집에서 아침이면 계란 노른자와 잘 섞어 보약(補藥)으로 잡수던

 

어른들의 건강식품이거든, 그러니 자네는 갈증 때문에 진짜 보약을 드신거네! 입에서 하루 종일 고소한 들기름 냄새는 났겠지만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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