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회

정우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문인 광장

깨져버린 연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4-06-08 13:43 조회593회 댓글0건

본문

깨져버린 연탄

진작부터 머리 자를 때가 되었는지 자꾸 가려운 것 같아 이발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인께서 “어서 와! 동생 오랜만에 오셨네!”

하며 반겼다.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랜만에 형님을 뵙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그리고 몸은 건강하시고요?”

 

“건강하냐고? 요새도 별로 아픈디는 읍응께 건강하것제! 그란디 자네는 으짠가?” “저도 그렇게 특별히 아픈 데가 없으니

건강한 것 같아요!” 이야기는 나누면서도 숙달된 솜씨로 머리를 싹둑! 싹둑! 잘라내고 면도하더니 “동생 머리 감아야 쓰것네!”

 

해서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닦는데 주인께서 연탄난로 뚜껑을 열고 집게로 빨갛게 불이 붙어있는 연탄불을 꺼내더니

뒤쪽 밭으로 가져가 다 타버린 아랫부분을 떼어내고 윗부분을 가져와 다시 난로에 넣고 새 연탄을 넣는 것을 보고

 

“지금도 연탄난로가 있었네요. 그런데 하루에 몇 장이나 들어가던가요?” “요새는 째깐 춥고 그랑께 하루문 한 서너장 들어간가

으짠가 잘 모르것네!” “그래요? 옛날 저의 집에서 연탄으로 난방할 때는 보통 하루에 두 장이나 많으면 석 장 정도 들어갔는데

 

요즘은 더 많이 때야 할까요?” “옛날에는 모든 것이 귀하던 시절이니 아껴 때는 게 정상이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는

누가 얼마나‘하루에 몇 장 들어간다!’고 세고 있으꺼인가?” “그런데 가게에서 기름 난로를 쓰시면 편할 텐데

 

 

힘들게 연탄을 갈고 그러세요?” “그게 기름 난로를 쓰면 편하기는 한데 연탄처럼 이렇게 따뜻하게 하려면 하루에

약 20리터 한 말은 때야 하는데 자네도 아시다시피 요즘 기름값이 장난이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연탄은 하루에 서너 장만 때면

 

가게 안이 후끈하거든! 그래서 조금 귀찮더라도 연탄을 땔 수밖에 없더라고.” “그런 어려움이 있었네요.”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이 귀하고 힘들었던 1960년대 그 시절,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의 여름!

 

보따리 행상을 하시던 어머니께서 엿 깡통을 구해와 가운데 화덕을 넣고 아래쪽에 공기를 조절할 수 있는 구멍을 뚫은 다음

흙을 잘 개어 채워 넣어 연탄 화덕을 만드신 후 “상진아! 가서 연탄 두 장 사 와라!” 하셔서 땀을 뻘뻘 흘리며 사온

 

연탄을 화덕에 넣고 불을 피운 후 거기에다 밥도 짓고 생선도 굽고 하였는데, 그 당시 연탄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던 시절이니

여름에는 연탄 판매소에 가면 짚으로 새끼를 꼬아 연탄 가운데 구멍에 끼운 다음 손으로 들고 갈 수 있도록 해서

 

여름이면 불을 피워 밥을 짓지 않아도 되니 연탄 화덕이 서민들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어머니께서 “오늘 학교 갔다 오면 연탄 한 장 사다 갈아놔라~ 잉!” 당부하고 장에 가셨는데 연탄을 사가지고 오다 넘어지면서

 

그만 깨져버리고 말았다. 참! 그때의 황당함이란! 그러나 깨져버린 연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던

나는 그냥‘엉~엉!’ 울면서 깨져버린 연탄을 들고 판매소 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더니 주인 할아버지가 보고

 

‘허! 허! 허!’ 웃더니“아가! 이리 와!”하며 먼저 우물가에 데리고 가 한여름 깨져버린 연탄을 들고 오면서 흘린 땀을 닦느라

새카맣게 변한 얼굴을 깨끗이 씻게 한 다음‘이라고 날씨가 더운디 애린 것이 을마나 연탄이 깨져 꺽정을 하고 했것냐?’하며

 

옆집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아이스케키 한 개를 사다 내 손에 쥐어 주면서 ‘날도 덥고 그랑께 이것 묵음시로 연탄 안 깨지게

조심해서 갖고 가그라 잉!’ 하셨는데 벌써 60년도 더 지난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이 그리운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56ec06af54caa3c67dbae6f84be9108a_1717821771_15.jp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