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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헤진 바지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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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4-06-15 20:55 조회4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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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헤진 바지 때문에

 친구 두 사람과 함께 결혼식 피로연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오랜만에 바람도 쏘일 겸 걸어가세!” 하며 시골길을 천천히 걷는데

길가에 노란 민들레가 어느새 활짝 피어나 지나가는 꿀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을 보던 친구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며칠 전 내가 눈이 좀 안 좋아 안과(眼科)에 들렀거든 그랬더니 원장께서 ‘백내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니

주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더라고 그래서 무엇을 주의해야 합니까?’ 물었더니 빙긋이 웃으며‘떡국을 드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그게 왜 눈에 해롭답니까?’ ‘떡국은 어릴 때와 젊었을 때는 괜찮은데 나이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한 그릇

드실 때마다 나이가 더 많아지니 눈은 물론이고 팔이나 다리 같은데 힘이 없어지니 나빠질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그래서 배꼽을 잡고 웃었네!” “그랬어? 그런데 원장님 말씀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네! 누구나 어릴 때나 젊었을 때는

나이가 많아지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우리 나이쯤 되면 일 년이 하루처럼 느껴지니 될 수만 있으면 떡국이라도 덜 먹어

 

 

나이를 안 먹었으면 정말 좋겠네!”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무릎이 튀어나올 듯 헤진 바지를 입은 아가씨가 바쁘게 길을

걷는 모습을 본 친구가 “벌써 저런 바지가 나온 걸 보니 봄이 시작되었을까?” 묻자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여름옷 겨울옷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한겨울에도 자신이 덥게 느껴지면 여름옷을 입고 또 한여름에도 춥게 느껴지면 겨울옷을 입으니

여름옷이니 겨울옷이니 그런 소리는 하지 말게 혹시라도 젊은 사람들이 들으면 속된 말도‘꼰데’나 아니면 ‘영감’ 소리 듣기

 

 

딱 알맞으니 말일세!” “그런가? 그런데 옛날 그러니까 우리 둘째 아들이 대학교 다닐 때 였을거야. 하루는 토요일이었는지

방학해서였는지 몰라도 집에 오느라고 골목길로 막 들어서려는데 건너편 집 할머니께서 어디서 조그만 보따리를 들고

 

 

오시더라는 거야! 그래서 얼른 달려가 ‘할머니 안녕하세요? 그런데 어디 다녀오세요? 보따리는 이리 주세요. 제가 집에

가져다드릴게요.’하고 보따리를 넘겨받았는데 할머니 눈빛 다른 때에 비해 예사롭지 않더라는 거야! 그러더니

 

 

‘아가! 너 으째 그라고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댕기냐? 옷이 읍냐? 뵈기 실은 께 옷잔 안 떨어진 것으로 입고 댕겨라! 잉! 알았제?’

하더라는 거야! 그래서 그 뒤부터 집에 올 때는 항상 안 떨어지고 좋은 옷만 입고 다닌다고 하더라고.” 하자 옆의 친구가

 

 

“그랬어? 그런데 우리 아들도 무릎이 튀어나오게 생겼고 바지 단이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즈그 외갓집을 갔던 모양이더라고.”

“그랬는데?” “그런데 외할머니께서 그걸 보더니 갑자기 눈물이 글썽글썽하더라는 거야.” “그래서‘오랜만에

 

 

내가 외갓집에 오니 외할머니께서 너무 반가워 저러시나 보다.’ 생각하고 별일 없이 외사촌들하고 잘 놀고 저녁밥 잘 먹고

바지를 벗어놓고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바지를 입으려는데 무릎을 누가 꿰매 놓은 거야!” “누가 그걸 꿰매 놓았을까?”

 

 

“그러니까 우리 장모님께서 생각하기를 ‘우리 귀한 외손지가 을마나 돈이 읍으문 저른 동냥치들이나 입고 댕길만한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댕기까?’ 생각하니 불쌍해서 하염없이 눈물이 나오는 것을 꾹 참고 손지가 잠든 것을 보고

 

 

자신이 아까워 잘 입지도 않은 옷을 꺼내 잘라서 바지의 떨어진 부분을 덧대어 밤새 날을 세워 바지를 꿰매고 또 ‘옷도 저라고

입고 댕긴디 밥이나 지대로 묵고 댕기것냐?’생각해서‘용돈 하시라!’며 자식들이 드린 돈 모아놓은 것을 바지 주머니에 넣어 놓았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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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6월 19일 촬영한 오디 열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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