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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리와 음주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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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4-06-29 13:45 조회1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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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리와 음주운전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농로 길을 천천히 걷는데 어디선가 솜털 같은 것이 무수히 날아오는 것 같아 고개를 돌려보니

길 아래 넓은 밭을 전부 차지하고 온통 노란 꽃을 피워내던 민들레가 어느새 홀씨들을 멀리 날려 보낼 준비를 마치고

 

바람이 불 때마다 ‘화~르~르’ 무리 지어 하늘로 날아올라 기약 없는 여행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그래! 잘 가라! 그리고 어디선가

자리 잡거든 또다시 노란 민들레 홀씨가 되어주렴!’ 하였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다. 오늘은 선후배들과 점심 약속이 있어

 

시간이 늦지 않도록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식사를 하는데 몇 년 전까지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퇴직하면서 고향으로

귀촌하신 선배께서 “동생! 혹시 고도리 칠 줄 아는가?” 물었다. “고도리요? 저는 화투라고는 아예 칠 줄 몰라요!”

 

“아니 그 즐거운 것을 칠 줄 모른다고? 그러면 무슨 재미로 사는가?” “그건 칠 줄 몰라도 또 다른 놀이가 많이 있지 않습니까?

특히 요즘에는 휴대폰의 SNS가 있으니 심심해할 시간이 없어요.” “그런가? 그런데 나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휴대폰을 제대로 이용할 줄 모르는데 다 또 글씨까지 작은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면 눈이 상당히 피곤하더라고.”

“그래요? 그런데 화투 칠 줄 알면 무엇하려고 물어보세요?” “동생도 아시다시피 지금 내가 사는 데가 상당한 시골구석 아닌가?

 

그래서 심심하면 면 소재지에 놀러 가서 먹기 내기 고도리를 치는데 어떤 때는 잘되다 어떤 날은 또 형편없이 바가지 쓰는

경우가 있거든.” 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친구가 “형님! 그러면 제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 드릴까요?” “어떤 방법인데?”

 

“화투 치러 가려면 돈은 형수님 바지 주머니에서 ‘꺼내 달라!’ 해서 가져가세요.” “그건 왜 그런데?” “저의 직장 첫 발령지가

저쪽 신안 도서 지역인데 그 마을에서 노름을 좋아하는 사람이 화투를 치려면 꼭 제가 하숙하던 집 주인아주머니에게

 

돈을 빌리러 오는데 이유는 그 당시 여자들이 즐겨 입던 고쟁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빌려주면 딴다고 빌리러 오더라고요.”

“그래서 땄다고 하던가?” “빌려 간 돈을 갚을 때마다 제가 지켜서서 보지는 않았지만 대체 적으로 많이 땄다! 한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화투를 치는 것은 돈을 따려는 목적이 아니고 그냥 심심풀이기 때문에 돈이 조금 나가더라도 그런 점은 괜찮은데

최근에 아주 심각한 문제가 생겼거든!” “무슨 문제인데요?”“그러니까 고도리를 치려면 사람이 최소한 4명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사람이 세 명밖에 없어! 그래서 그럭저럭 치는데 몇 개월 전 자네보다 더 어린 사람이 이사를 왔더라고,

그런데 그 사람이 어찌나 서글서글하니 좋은지 화투를 치다가도 무슨 일이 있으면 벌떡 일어나 심부름은 다 하고 그래서

 

‘사람 참 쓸만하다!’ 아주 좋아했는데 알고 봤더니 몇 개 월전 음주운전을 했던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재판을 받는데 지방법원에서

징역형이 떨어지니 항소(抗訴)를 했던 모양이더라고.” “그러면 고등법원에서는 형량이 어떻게 나왔는데요?” “지방법원하고 같이

 

나왔던 모양이더라고 그런데 그렇게 항소를 했던 이유가 그 동생이 무슨 작은 사업체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하필 음주운전에 걸리는

바람에 교도소에 가면 자리를 비울 수 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이제 막 시작한 사업이 엉망이 되어 버릴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구속당할 시기를 늦추려고‘항소했다!’는데 그러나 어찌 되었든 징역 3개월이 떨어져 법정구속이 되어 버렸거든, 그래서

혹시 자네가 고도리를 칠 줄 안다면 높은 값에 스카우트하려고 했는데 칠 줄을 모른다니 다 틀려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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