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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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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4-08-17 17:39 조회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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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와의 결투?

 마을 안 길을 천천히 걷는데 누구네 집 울타리 가에 봉선화가 하얀, 연분홍, 빨간 꽃을 예쁘게 피우고 오가는 길손을 향해

수줍게 웃고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 매년 초여름이면 동네 누나들은 밤이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낮에 따다 놓은 봉선화꽃을

 

 

돌 위 놓고‘콩! 콩!’ 찧은 다음 손톱에 얹고 비닐로 꽁꽁 묶어 예쁜 꽃물을 들이곤 하였는데 그 누나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하나! 둘! 셋! 넷!” 운동을 하고 있는데

 

 

선배 한 분께서 천천히 산을 오르더니 굉장히 피곤한 얼굴로“아이고! 힘들다!~ 동생은 오늘 일찍 오셨는가 보네?”

“아니요! 형님이 평소보다 조금 늦었지! 제가 빨리 온 건 절대 아닙니다.” “그랬어? 그런데 혹시 자네 집은 지네가 안 나타나던가?”

 

 

“저의 집이라고 왜 없겠어요! 며칠 전 밤중에 잠을 자고 있는데 집사람이 ‘애기 아빠! 애기 아빠!’ 다급하게 불러

깜짝 놀라 일어나 ‘왜 그러냐?’ 했더니 ‘얼른 나와 지네 잡아라!’ 해서 잠결에 욕실에 있는 것을 잡아 죽였는데 그런 일은

 

 

저의 집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꼭 잠자는 사람을 깨워 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런가? 그런데 나는 어젯밤

그것들과 싸우느라 잠을 한숨도 못 자고 말았네!” “예~에? 아니 그러면 지네가 싸우자고 결투라도 신청했단 말인가요?”

 

 

“이 사람아! 콩떡 같이 말하면 퐅떡 같이 알아 묵어야제! 아무리 그런다고 그것들이 나한테 결투 신청을 하것는가?”

“아니 어젯밤 싸우느라 잠을 못 주무셨다고 해서요.” “어젯밤 늦게까지 TV를 보고 자네 형수는 안방으로 자러 들어가고

 

 

나는 거실 소파에서 자려고 홑이불을 덮고 잠이 설핏 들었는데 갑자기 어깨를 누가‘꽉’ 깨무는 느낌이 들면서 쓰리고 아프더라고.”

“한밤중에 그러셨으면 곤란하셨겠는데 어떻게 하셨어요?” “그래서 벌떡 일어나 불을 켜고 이불을 털었더니 크기가

 

 

볼펜 정도 되는 시커먼 지네 한 마리가 쏜살같이 도망가는 것을 급한 대로 옆에 있던 파리채로 때려잡았어! 그런데 문득

침대 위에 걸려있는 하얀 옷에 무언가 검정 것이 동그랗게 말아져 있는 게 보이더라고 그래서 ‘저게 무얼까?’ 하고 파리채로

 

 

살짝 건들었더니 바닥으로 ‘툭!’ 떨어지면서 말린 것이 풀리며 지네로 변하여 도망가는 거야!” “그러면 그게 마치

여자들 머리 묶는 끈으로 위장하고 있었던 거네요.” “그래서 파리채로 사정없이 때려잡아 죽였는데 이번에는 베개 밑에 무언가

 

 

조금 붉은빛이 돌면서 마치 젓가락 길이만큼 기다랗고 큰 지네 한 마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소파 밑으로 ‘쏙!’

들어가 버리네!” “한밤중에 그랬으면 정말 머리 아프셨겠네요! 그러면 그걸 어떻게 하셨어요?” “커다란 지네가

 

 

소파 밑으로 들어갔는데 그걸 놔두고 어떻게 잠을 자겠는가? 무슨 수를 쓰든지 잡아 내야지. 그래서 소파를 들어내려 하는데

들 수가 없어 한쪽을 잡고 끌어내는데 ‘삐~이!’ 소리가 나고 자네 형수가 잠이 깨서 ‘밤중에 잠 안 자고 뭣하고 있소?’

 

 

그래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둘이 소파를 들어냈는데 아무리 찾아도 어디로 숨었는지 안 보여! 그래서 자네 형수가 바퀴벌레에게

뿌리는 약을 찾아오더니 안마기 사이에 있는 공간에 ‘치~익!’ 뿌리자 거기 숨어있던 지네가 쏜살같이 달아나는 거야!”

 

 

“그러면 잡으셨어요?” “그런데 그게 커서 그런지 파리채로 몇 번을 때려도 안 죽더라고, 그래서 내 발꿈치로 사정없이 밟았더니

결국 죽더라고, 아이고! 으째 여름이면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와 사람을 성가시게 해싼고 몰것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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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도 길다란 호박은 노오랗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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