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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동생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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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4-09-07 13:36 조회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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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동생의 걱정

관주산 숲속 길을 천천히 걷는데 어디선가 ‘오~로~록~오께옥!’휘파람새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와 ‘요즘 날씨가
섭씨 30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무더운데 새들은 무더위를 모르는 걸까? 그나저나 저 애들은 무슨 말을 저렇게 쉬지 않고



재잘거리는 것일까? 혹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건 아닐까?’ 괜한 생각을 해 보다 나도 모르게 ‘씩!’한 번 웃고 말았다.
오늘은 전남 영암의 작은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면서 집사람이 “작은엄마! 작은엄마!” 불렀으나



아무 대답이 없어 “오늘 날씨도 무더운데 밖에 놀러 나가셨을까?”하고 현관문을 열고 “작은엄마!”하고 부르자
“누구 여? 누가 왔어?” 하며 작은어머니께서 방문을 열고 내다보시더니 “우메! 우리 질부가 왔네! 그라고 조카도 오고!” 하며



환한 웃음으로 반기신다. “그동안 잘 계셨어요? 몸은 좀 어떠세요?” “잉! 지금도 귀는 잘 안 들려! 그라고 몸 아픈디는
읍는디 으째 이라고 눈물이 자꼬 나와싼가 몰것네! 아이고! 내가 인자 너머 오래 살아논께 조은 거는 한나도 읍고



맨 나쁜 것만 남었는지 그라고 안 좋네!” “그런데 동생은 어디 나갔어요?” “잉? 머시라고?” “사촌 동생은 어디 나갔나요?”
“몰라! 아까 참에 으디 잔 갔다 올란다고 나갔는디 나는 잘 몰것네!” 하셔서‘모처럼 작은어머니 좋아하는 짜장면



한 그릇 대접해 드리자!’ 며 신북면(新北面) 소재지 중화요리 식당에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작은어머니와 함께 막 먹으려는
순간 대문이 열리며 사촌 동생이 마당으로 들어왔다. “동생 오랜만일세! 어디 다녀왔는가?” “어? 오늘은 형님이 오셨네!



그동안 잘 계셨어요? 집안도 다 무고하시고?” “우리 모처럼 작은어머니랑 짜장면 먹으려고 하는데 자네도 이리와 같이
먹세!” 하자 “잠시만요.” 하더니 냉장고에서 김치와 다른 반찬을 꺼내 오자 작은어머니께서 “아이! 짐치 그럭이 너머



째깐해서 쓰것냐? 이것 말고 큰 그럭에다 갖고 와라!” “엄니는 모른체하고 카만이 잔 계시시요.” “아이! 노물은 아침에
다 묵어 부렇냐? 으째이라고 째깐 뿐이 안된다냐?” “노물은 다 묵었제 그것이 남어갖고 있것소? 그라고 엄니는 모르는 척하고



카만이 잔 계시란 말이요.” 하자 “오랜만에 조카가 왔응께 우리가 밥을 해주든지 사 주든지 해야 쓰꺼인디 손님을
시켜묵고 있응께 영 맘이 안 편하네,” “작은엄마 그런 말씀 마세요. 오랜만에 조카가 왔으니 어른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렇게 미안해하세요?” “아이고! 그래도 손님인디 그라문 쓰간디.” 하며 계속해서 사촌 동생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주문하고 계셨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고 동생에게 “작은어머니 연세가 올해 구십 팔세라고 하셨제?” “그렇지요. 이제 내년



저 내년이면 백세인데 그때는 큰잔치를 해야겠네요.” “그러면 지금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어떻게 치료할 수 없다고 하든가?”
“5년 전 광주 조선대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검사를 해 보더니 ‘수술하면 조금 좋아질 수도 있는데 워낙 나이가 많으시니



금방 다시 나빠질 수 있어 권하지는 않는다.’ 하더라고요. 그런데 나이가 많아지니 무엇이 그렇게 알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으신지, 삽으로 텃밭을 파고 있으면 ‘거기다 뭣을 심으꺼이냐? 이것은 이라고 심어라! 저것은 저라고 심어라!’



‘밭에 물은 은제 줬냐? 그라고 줄라문 주지 말어라!’ 요즘 들어 왜 이렇게 간섭이 많아졌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나중에
나도 어머니처럼 나이가 많아지면 아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것 같아 은근히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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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9월 4일 지리산 반야봉 정상 아래쪽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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